동생도, 나도 강력한 J형 인간이라서 이미 1주 전에 만반의 준비를 다 해두었었다. 파티 당일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도 화창하고 예뻤다. 나와 동생은 답례품 셋팅 및 파티 준비 상황 체크를 위해서 좀 더 일찍 갔는데, 마침 상차림이 진행 중이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작약과 수국으로 풍성하게 구성해주시고 예쁜 꽃앙금 케이크까지 준비해주셔서 감동...! 깨끗하고 정갈하고 예쁘고 셋팅된 상황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미리 각 자리에 답례품도 놓고 기다리는데, 지각을 싫어하는 가족들답게 다들 약속 시간 30분 전부터 도착하기 시작했다.
가족들도 속속 모여드는 와중에 부모님을 모시러 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출발할 때 전화를 한다고 했었으니 이제 출발하나 싶었는데, 남편이 놀라지 말라면서 "지금 아버님이 밤새 열로 고생하셔서 병원에 와 있어. 진찰 좀 받고 갈게~"라며 약속보다 20분 정도 늦을 거 같다고 했다.
모인 가족들 모두 깜짝 놀라서 파티를 중단할까 했는데, 아빠가 주사 맞으니 괜찮다고 해서 일단은 속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약속 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도착한 엄마아빠는 먼저 도착한 가족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파티 장소에 들어섰다. 아빠의 얼굴이 매우 수척해보여서 신경이 쓰였는데, 모여있는 가족들과 예쁜 장소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시길래 일단은 안심!
남편이 모든 가족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식사가 나오기에 앞서, 남편이 우리 가족을 대표해서 오늘 모여준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랑 동생은 "오~3명 이상 모이면 떨린다는 사람이 왠일~오~"하며 놀리는데, 남편이 엄숙한 표정으로 김자매 조용히 하라더니, "여러분 모두 와주셔서 감사 드리고 준비한 멘트만 간단히 하고 바로 식사 진행할게요."라고 했다.
칠순이 고희말고 불리는 말이 있는 거 아시나요? 칠순은 종심(終身)이라고도 불린다고 해요.
"종심소요불유급(終身憂患不有急)이라는 말이 있어요. 공자가 말하길, 70세, 종심(終身, 일생) 동안에는 소요(憂患, 근심 걱정)하지 않아야 하며,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라고 했다고 해요. 당시에 70세면 정말 오래 산 것일테니 일생의 끝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일생을 통해 항상 마음을 안정시키고 서두르지 않으며,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공자가 원하는 노년의 모습이 저는 우리 장인장모라고 생각해요. 자랑스럽고 사랑합니다. 멋진 70세가 되신 걸 축하 드려요."
순간 어른들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사촌들도 왜 이렇게 사람이 멋지냐며 유난을 떨어댔다. 아니, 유난이 아니다. 정말 멋있었다. 내 남편 최고였어...오죽하면 막내고모가 나에게 니가 태어나서 제일 잘 한 일은 우리 경세랑 결혼한 일이라고 했을까! 이렇게 지적이며 따뜻하고 선한 남자라니! 우리 남편 다시 생각해도 멋졌다.
음식도 분위기도 모두 만족스러운 3시간이었다.
이런 훈훈한 분위기로 시작된 파티는 와인과 샴페인,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고조되었다. 예쁘게 셋팅된 테이블 위로 코스 요리들이 등장했는데, 신선한 재료들도 정갈한 맛을 낸 코스 요리들이 가족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사실 엄마아빠에게 드릴 생신 선물은 이미 먼저 전달(뭔가 생일 파티날에 전하면 작위적인 느낌일 것 같아서...)을 했었는데, 선물 전달식은 안해도 생일 축하 노래는 불러야 할 것 같아서 주인공들을 자리로 모셔서 온 가족이 생일 노래를 불러드렸다.
왠지...엄마는 노래가 더 기쁜 느낌이고 아빠는 선물이 더 기쁜 느낌인걸?
상차림이 너무 예뻐서 엄마아빠랑 같이 가족 모두 돌아가며 기념 사진도 찍고 꽉 찬 3시간을 보낸 뒤 파티가 끝났다. 엄마아빠와 어른들은 엄마아빠네 집에 다시 모여서 뒷풀이를 즐기기로 하시고, 사촌들은 각자 일정이 있어서 따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상차림을 정리하면서 떡과 케익, 과일 등을 포장해 주시고 커다란 꽃다발도 만들어주신 덕분에 가족 단위로 꽃다발도 선물로 챙겨보낼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다들 꽃이 너무 예뻐서 버리면 아까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예쁘게 꽃다발까지 만들어 주다니 기쁘다면서 다들 기쁘게 꽃다발을 받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