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로운 가족으로 잘 살자.

1차 가족회의 회의록

by 찌니

나와 남편, 그리고 내 동생은 함께 산지 3개월이 되었다. 작년에 동생은 이혼을 하고 10월 말에 우리집이 이사하면서 함께 살게 되었다. 옛날 사람이니 구정을 새해로 치자면서 1월을 아무 생각없이 쉬며 보낸 우리에게 진짜 설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킴스패밀리의 리더로서 24년의 회고와 25년의 희망 계획을 이야기 하는 가족회의를 제안했다. 그리고 제안한 그날 밤, 우리의 첫 가족 회의가 진행되었다.

KakaoTalk_20250205_005814136.jpg

가족 회의는 항상 식탁에서 하기로 했다. 이 공간은 이번에 이사와 함께 인테리어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공간인데,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이루게 된 우리 가족이 서로 각자의 삶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잘 지낼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소통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램이 반영된 공간이다.

그런 의미있는 공간이기에 가족 회의는 항시 이곳에서, 다른 무슨 일을 하더라도 여기에 모여서 이야기 하기로 했다.


새해이자 첫 회의인만큼 분위기를 띄우고자 샴페인과 안주를 준비했다. 우리는 앞으로 매주 1회 가족회의를 진행하면서 일주일 간의 생활을 회고하고 함께 더욱 잘 살기 위해서 진솔된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했다.

KakaoTalk_20250205_005558693.jpg 짜안~~~~~!


그리고 기획자 출신 자매답게, 회의를 했으면 회의록을 써서 히스토리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편이 치를 떨며 싫어하길래 우선은 클로바 노트로 회의 내용을 녹음하고 텍스트로 따주면 그걸 보고 복기하며 내가 회의록을 쓰고, 동생이 회의록을 크로스체크 해주기로 했다.




회의 일시 : 2025년 1월 27일 밤 10시
회의 안건 : 1) 24년 회고 및 25년 하고 싶은 것, 2) 가족들에게 제안 및 논의하고 싶은 것


24년 회고


컨설팅을 하면서 재밌는 경험을 너무 많이해서 좋았지만 이로 인해 새벽까지 일하느라 건강 관리를 잘 못했고, 글쓰기를 너무 못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암 완치 판정을 받아서 너무 행복했다. 메리에게 힘든 일을 함께 이겨내서 좋았고, 나 뿐만이 아니라 메리까지 보호해주고 있는 빵이에게 정말 감사하다.


남편

찌니가 일하는 것이 재밌는 건 좋았지만 너무 일해서 조마조마 했다. 내가 형부로서 메리를 잘 보호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안심하고 불안해말고 행복하면 좋겠다. 나는 우리 본가랑의 마찰이 좀 많이 힘들었는데, 요즘은 마음이 편하다.


동생

언니랑 형부에게 감사하다. 나는 내 삶에 이렇게 지금처럼 편한 적이 없던 것 같다. 나는 같이 살면서 보호 받는거 같다. 그리고 츄츄랑 하임이랑 다행히 잘 지내고 있어서 좋다.


25년 하고 싶은 것


동생

무계획으로 살아보겠다.

→ 나도 남편도 매우 동의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폭풍 칭찬을 선사했다.


남편

일본어 공부를 해서 찌니의 일본 친구들과 일본어로 직접 소통하겠다. 일본 여행 가서도 찌니 없이도 일본 사람들과 간단한 소통은 하고 싶다. 그래서 공부를 위해 태블릿을 구매하고 싶다. 중고로 살 거고 용돈 있는 거에서 알아서 할거다.

→ 나와 동생은 40 넘어서 언어에 도전하는 것이 멋지다고 칭찬해주었고 태블릿 비용 부족하면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남편에게 만약 목표하는 실력을 만들어 낸다면 센티멘탈 그래피티(남편이 가장 좋아했던, 현재 덕질 지속 중인 게임)의 캐릭터들이 사는 12개 도시에 진짜로 2D 첫사랑 찾기 여행을 하자고 했다. 남편이 설레어하며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소년처럼 신나해서 귀여웠다.


나는 3가지가 있다.

1) 지니컴퍼니가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도전들을 해내는 것

2) 내 콘텐츠를 만들어서 팔아보는 것

3)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암 이후의 삶을 같이 만들어 가는 Step Forward라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

이렇게 3가지다. 1)은 정부 지원 사업 도전이나 우리가 쇼핑몰 해보는 거 등이고 2)는 퍼블리에 올리던 류의 콘텐츠나 전자책 낼까 고민하던 아티클들 묶어서 아예 판매나 구독제 운영하도록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3)이 나한테는 제일 중요한데, 지금 암 치료에 대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잘된 편이지만 암 치료 이후 삶과 생활의 영역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너무 무관심하다. 나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걸 힘을 실어 말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고 그 커뮤니티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지금까지 내가 해온 취업 컨설팅, 커리어 컨설팅,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여기에 녹일 수 있게 해보려고 한다. 2)의 콘텐츠들을 여기에서도 써 먹을 생각이다. 암 환자나 그 가족은 무료로 다 누리게 해주고 싶어서, 일단은 정부나 기업에서 자금을 확보해서 운영이 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있다.

내가 이것들을 할 수 있도록 가족들이 도와주면 좋겠다.

→ 동생도 남편도 무조건 지지한다며 같이 해보자고 해주었다. 그런데 남편이 너무 어그레시브하게 돌진하지는 말라고 했다. 잘못하다가 정치권 비례대표 되는 수순 밟게 될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했다. 나는 그 사람들이 나 같은 쩌리는 안 쳐다 본다고 했는데, 동생이 언니는 예전에도 웅변 학원 한번 안 다니고 상 받고 그러지 않았냐고 왠지 위험성이 있다며 여튼 궐기대회 이런 거는 괜히 나가서 앞서지 말라고...참나...난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 거라니까!!!


제안 및 논의


동생

다음주 가족 회의는 패스했으면 한다. 치앙마이에 놀러가야 하므로 참석할 수 없다.

→ 모두 동의했기에 다음 가족 회의는 2월 10일에 진행하기로 하였다.

베이비 지샥을 구매하고 싶은데 구매해도 되는지, 40대 나이에 해도 잘 어울릴지, 내가 잘 활용할지 의견을 주면 좋겠다.

→ 내가 시계가 있는데 또 사는 이유가 뭐냐며 구매 목적을 물어보니, 여름 패션용이라고 했다. 그동안 계속 눈팅을 해왔는데 이번에 마침 여행을 갈 때 면세점에서 사면 6만원 이내로 구매를 할 수 있어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라 고민하는 거라고 했고 남편은 한 반년 고민한 거 같은데 그냥 사라고 했다. 나는 비싼 것도 아니고 그냥 사라고 했다. 이 시계가 40대라고 안 어울릴 것도 없고 동안이니 걱정말라며,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너의 팔을 안 본다고 해주었다.

1.png 그리고 치앙마이에 도착해서 보내온 첫 사진은 이것...


남편

센티멘탈 그래피티의 12명 여주인공의 피규어와 보관할 수 있는 투명함의 구매를 하고 싶다.

→ "대체 그건 어디에 쓰려고?"라는 내 질문에 남편은 "내 마음 속에 쓰지~"라고 답했다. 그렇지...덕질은 그렇게 하는거라고 나도, 동생도 바로 납득하며, "하면 되는 거 아냐? 비용 지원이 필요한거야?" 하니까, 그래도 우리 둘이 자기가 덕질하는게 싫을 수도 있지 않냐고 하더라. 우리 셋 다 덕질하는데 무슨 소리냐며,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빠르게 이 안건을 종결 시켰다.

2.png 꿈꾸시던 방향 그대로~ 덕질 섹션을 잘 꾸며내는 중...


재고 전수조사를 하자. 뭔가 중복되는 물건들도 정리하면 좋겠다.

→ 중복되는 물품은 정리가 필요한 건 좋으니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다만 굳이 이걸 수량 체크래서 엑셀 파일로 기록까지 해야 하냐는 것이 남편과 동생의 의견이었다. 나는 "재고 조사인데 그걸 안하면 재고 파악이 안되잖아, 내가 그래서 하고 싶은건데?" 라며 레이저 눈빛을 쏘았고, 나의 승질머리를 아는 둘은 그냥 동참 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이렇게 1차 재고 조사는 진행되었다. 계획대로 할 예정~




평소에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도 가족 회의를 잡아두고 이야기 하니까 뭔가 소통이 더 잘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소통하며 가족으로 단단해지고 재미지게 사는 이야기를 계속 남기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방식은 일단 이렇게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시작으로 계속 고민하기로!


다음번 가족 회의에서는 동생의 치앙마이 후기와 현관 셀프 인테리어 논의, 식단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하고 가족 회의를 마쳤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차 가해에 동참하는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