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스패밀리 재고 전수조사
이번에 이사하면서 느낀 것인데, 우리는 정리를 정말 잘하는 편이었다. 이사를 위해 짐을 끄집어 내서 정리를 하는데 '짐이 이렇게 많았다고?' 싶을 정도로 짐이 정말 많았다.
동생은 옷과 신발은 많은 반면, 나머지 짐은 적었고 남편은 개인 짐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대신 케이블이나 충전기 같은 것들이 많았는데 그것들은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싹 다 정리했다. 그리고 진짜 많은 것은 내 짐이었다. 느낌상 분명 짐이 엄청났는데, 이게 또...이사를 하고 정리를 하니 짐이 많았다는 사실을 잊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사 후 3개월이 지나고 나서 이 묵은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동생과 나는 거실에 있는 큰 화장실을 같이 쓰는데, 우리 둘이 딱히 다른 점이 없는데 기존에 쓰던대로 들고 온 물건을 비치하고 쓰다 보니 공간도 괜히 차지하지 뭔가 괜히 낭비하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 나도 동생도 새로 사야 할 제품들이 있어서 이 기회에 합치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차라리 이 기회에 이 외에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정리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다면 개인의 불필요한 소비도 줄이자는 의견도 모아진 덕분에 아예 우리가 가진 물건들에 대해서 재고 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1월 : 찐빵 부부방
2월 : 메리방, 거실, 워크룸
3월 : 주방, 화장실
4월 : 베란다, 잡동사니룸
사실상 11월부터 지금 집에서 생활을 한 것이니 일단 3개월 정도는 소비가 되는 것들은 소비하고 정리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주방, 화장실, 베란다, 잡동사니룸에 있는 재고는 3, 4월에 정리하기로 했다.
나와 남편부터 먼저 재고 조사를 했다. 우리 부부의 공동 물품은 금고 1개, 퀸 사이즈 침구 세트 2개, 카본 매트 1개, 돌돌이 1개였다. 개인 물품 중에서 기초 화장품 항목은 화장실에 두고 사용하고 있어서 3월에 조사하기로 하고 제외하기로 했다.
내가 외출 시 쓰는 화장품을 체크했는데, 썬크림 1개, 쿠션 1개, 립스틱 4개, 립글로즈 2개, 아이라이너 2개, 아이브로우 2개, 속눈썹 뷰러 1개, 향수 1개, 샘플 향수 3개로 여성치고는 적은 수량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나의 의류, 패션아이템, 신발 등 사이즈가 있다 보니 나만 쓸 수 있는 편에 속하는 개인 물품들이었다. 무려 504개를 소유한 것으로 파악되었고, 가방과 악세서리가 정말 많았다.
이 중 명품 아이템이 89개인데, 상품 구매 가격을 떠올려보니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명품 가방은 3년 전에 한번 크게 처분을 했었는데 이 정도 수량이라니...시할머님과 어머님께 물려 받은 2개 빼고는 다 내가 산 것들이어서, 참...열심히 벌어 열심히 썼구나 싶었다.
이에 반해, 남편은 3분의 1 수준 정도의 개인 물품을 보유했는데, 운동화를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운동화가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우리 남편이 별로 물건 욕심히 없어보일 수도 있지만(그건 또 아닌가...?) 괜히 약간 억울해져서 TMI를 투척하자면...우리 남편은 이런 것보다는 차를 바꾸는 것에 올인하는 남자다. 그 증거는 아래 글로 대체한다!
결과적으로는 이 기회에 재고 조사를 하길 정말 잘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름 꽤 벌었는데 어디로 갔지 했더니...그래도 가지고는 있었구나 싶었다.
정리를 하다가 갑자기 친한 동생이 "언니가 쓰는 물건들이 왜 다 새 것 같이 깨끗한지 알았어요. 많으니까 돌려서 쓰니까 헤질 일이 없는거지..."라는 말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 친구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이번 재고 조사를 하면서 특히 더, 강하게 들었다.
상당히 번거롭고 귀찮았지만 이렇게 정리를 하니, 뭘 사지 말아야 할지, 어떤 것에 충동구매 욕구가 발생해도 눌러줘야 할지 판단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뭔가 사고 싶다는 생각이 이 리스트만 보면 싹 사라졌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충동구매 욕구를 나를 유혹할테지만...그럴 때 이번에 정리한 리스트만 봐도 충동이 억제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참겠는건 뭐...사야지, 어쩔 수 있나? 지금 그게 내 심장이 움직이는 결정이라면 따라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마저도 당분간은 안 생길 것 같다.
3월이 되면 대청소 겸 봄맞이 물건 정리를 하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꼭 자기가 가진 물건들의 재고 조사를 해보기를 추천한다. 구체적으로 있는 것과 수량이 보이면 분명 새로운 물건을 보는 눈과 니즈가 달라질 것이다.
그럼 또 이후에 재고 조사가 되는대로 후속 이야기를 공유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