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사건노트 4
요즘 기상캐스터 직장 내 괴롭힘 이슈를 기사로 접하면서 마음이 많이 괴롭다. 내 가족도 겪고 있는 일이다 보니 괜히 감정 이입이 많이 된다. 이것은 나이가 어리든, 많은 상관없이 당하면 괴로운 일이며, 아무리 강한 사람도 무너질 수 있는 강력한 데미지를 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
설 연휴에 고모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고모는 살이 더 빠졌고 얼굴색이 너무 좋지 않았다. 고모는 평생 할 설거지를 이 3개월 동안 다 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설 연휴까지는 개인 연차를 붙여 쓰고 그 후에 바로 들어가는 무급 휴직 2개월을 신청했다고 했다. 해당 기간 동안 산재 진행과 더불어 회사는 물론 가해자에 대한 민/형사 소송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제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면서 웃는 고모를 보면서 억장이 무너졌다. 회사 생활에는 내 삶이 담겨 있다면서 회사가 너무 좋다며 회사에 가는게 자기 인생의 낛이라던 고모는 이제 없어졌다. 고모의 마음은 회사를 믿고 명예로운 퇴직을 하자에서 회사도 믿을 수 없으니 노동자로서 지킬 권리를 지키고 명예를 스스로 지키겠다로 바뀌었다.
내 사촌 동생은 고모가 녹취해뒀던 것을 전부 글로 옮겨서 증거로 제출하는 작업을 했는데, 홧병이 날 것 같고 고모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괴로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이 다 싸우자고 했다.
고모가 그동안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면서 계속 울었다. '울면 안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라면서 억지로 참는 고모에게 동생과 나는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고 그만하고 싶으면 그만하라고 했다. 고모는 그만하지 않을 거라며, 억울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거라고 했다.
이 3개월이 몸도 마음도 정말 너무 힘들었다면서 자신의 지나 온 3개월을 보여주는데...온 몸이 파스와 붕대로 가득한 몸의 상태를 담은 사진과 설거지하고 짐을 나르는 영상을 보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왠지 계속 찜찜해서 동료에게 일하는 모습을 찍어 달라고 했다는데, 이게 실제로 증거로서 쓰이는 상황도 벌어졌다.
설 연휴 직전인 1월 21일이 부당 전보 건에 대한 심사기일이었는데, 그동안 답변서를 보내고 있지 않다가 1월 20일 저녁에 회사 측에서 반박하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내왔다고 한다.
답변서 내용이 수긍이 아니라 반박이기 때문에, 고모 쪽에서도 다시 아니다, 너네는 그 일을 시킨게 맞고 그 일을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하는 내용을 보내야 하는데, 그들이 답변서를 보낸 시간이 그야말로 양아치 같았다.
그리고 우리 노무사님이 보란듯이 새벽까지 분노의 대응 답변서를 준비해서 제출하셨고 결국 승소했다.
그들이 보낸 답변서 내용이 가관이었는데, 해당 내용에는 자신들은 부당 전보가 아니라며, 고모를 설거지하라고 해당 부서에 보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 끝까지 그런 의도가 아니고 어떤 목적으로 전보를 시켰는지 설명을 하면 되는 건데, 그 뒤에는 고모가 적응을 못한 게 문젠데 부당 전보라고 한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그 근거가 이 부서에 이동한 다른 50대 사원들 2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분들은 잘 적응하는데 같은 50대인 고모는 왜 이러냐는 건데...왜 이렇게 멍청하지 싶었다.
눈 가리고 아웅도 적당히지. 그 분들은 이미 20년 전에 옮긴 분들이고 사무직이 아닌 영업직을 하다가 해당 부서로 이동하신 거고, 우리 고모는 거의 40년 가까이 사무직으로만 일하다가 처음 해당 부서로 간 건데...
이건 증명하는 것도 너무 쉬운데, 대체 이 이야기를 뭐하러 꺼내는지 그게 50대인거랑 대체 무슨 상관 관계가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애초에 이건 앞뒤가 맞는 내용이 아니니까 따질 부분도 아니었기에 그저 비웃어줬다.
저 양아치 같은 답변서에서 그냥 하나만 짚고 넘어가도 됐다. 11월에서 1월까지는 그쪽 부서 일이 바쁘다면서 설거지를 하는 곳에 보내 놓고, 이제 와서 그 일을 시키지 않았다니...그냥 이것만 따져들면 됐다.
우리 노무사님은 <1. 그 일을 안 시킬 건데 그 일을 하는 부서에 보낸 이유가 뭐냐 2. 그 일을 한 사진과 영상이 이렇게 있는데 이것의 설명은 어떻게 할 거> 하는 내용으로 답변을 보냈고, 그쪽에서는 시간이 없고 반박할 수도 없었을테니 다시 답변서를 보내지 못했다. 설마하니 새벽에 준비해서 답변서를 우리가 제출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겠지...자기들 양아치 짓에 자기들이 당한거다.
가해자들은 반성이 없었고, 회사는 해결의 노력은 커녕 2차 가해에 동참했다.
가해자인 대표이사는 고모가 자기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것, 특히 자기 입으로 전한 오너가의 여러 이슈가 많다는 것 때문인지 어떻게든 고모를 그만두게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고모가 이동한 부서의 사람들과 같이 밥도 잘 먹고 잘 지내는 것에 총지배인이 해당 부서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왕따를 당하기를 원했던 것 같은데, 자기들 수준이랑 직원들이랑 같을 걸로 생각하는 더 저질스러움이란! 50이 넘은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게 믿을 수가 없었다.
고모가 이번에 2개월 무급 휴직 받는 걸로도 어떻게 시비를 걸 수 없나 알아본 모양인데, 법으로 보호 받는 노동자의 권리를 자기들이 뭔데 감히...기도 안 찬다.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지속하면서 2차 가해까지 하고 있었다. 고모와 가까운 다른 직원들도 부당 대우를 당하면서 현재 회사와 싸움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고모는 회사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다. CCTV가 없거나 사람이 없을 때 '힘내세요, 밥 많이 드세요, 잘하고 있어요'라며 응원을 보내지만 CCTV가 있거나 사람이 있을 때는 아는 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겉으로는 안 친하지만 마음은 친한거 알죠?'라고 하면서 위로를 해왔다는데, 고모는 이것이 위로인 게 맞는지 아니면 아는 척 하지 말라는 원만한 표현인지가 헷갈렸다고 했다. 물론 후자 쪽이겠지만, 이미 이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자신이 너무 싫고 이 상황에 놓인 것이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심지어는 고모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제 취업 규칙을 바꿀건데 그것이 임금 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이고, 그것이 마치 고모 때문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괜히 나이 많은 고모가 나이 먹고 일은 안하고 회사랑 싸워서 회사가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고모를 빤히 보면서 이것을 회사에 따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고, CCTV가 없거나 사람이 없을 때 '힘내세요, 밥 많이 드세요, 잘하고 있어요'라며 응원을 보내지만 CCTV가 있거나 사람이 있을 때는 아는 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했다.
일련의 이야기들만 들어도 회사가 얼마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2차 가해에 대해서 인지와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지 알 수 밖에 없었다.
호텔 고객일 뿐이고 이 회사와 상관도 없으면서 함께 가해에 동참한 가해자 B는 알고 보니 해당 호텔 사우나 회원들 대상으로 돈을 꾸고 갚지 않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그 사람들을 피해 호텔 사우나에는 계속 나와서는 고모에 대한 뒷담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고모를 끈질긴 X라면서 소송을 좋아해서 자기에게 소송을 한다고 했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멍청이가 지는 소송을 하겠는가?
처음에 고모는 회사 차원에서 해결을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회사의 제도적 장치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을 해서 명예롭게 퇴직을 하는 것을 고집해 왔었다. 어차피 소송하고 싸워도 에너지가 드는 것에 비해 정년퇴임이 2년 남짓 남은 고모가 받을 보상은 뻔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소송도 하고 방송사나 유튜브에 제보도 하고 노동자 인권을 위해서 함께 싸워주는 단체도 찾아가고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기로 했다. 조만간 고모와 만나서 내용을 정리하고 정리된 내용을 제보할 수 있는 곳에 최대한 열심히 보내기로 했다.
자신의 삶의 큰 귀퉁이였던, 그 평생 직장에 대해 고모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후회없이 헤어질 수 있게 되길 바라며...나 뿐만이 아니라, 이번에 모인 사촌들까지 합심해서 우리 모두 고모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약속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