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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Jan 30. 2023

해보고 아님 말고

십잡스 프로젝트 Chapter.1

호기심을 실행으로 해결한다.

나는 호기심이 정말 많다. 그리고 실행력이 발군으로 좋은 편이다. 

서른 전의 나는 실행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암을 겪고 나서 달라졌다. 이 때 처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지금’이 가장 중요하단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해보고 아님 말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편이다. 

그런 맥락에서 십잡스 프로젝트도 생각하고 실행하게 되었다.


하고 싶으니까 한다.

십잡스 프로젝트는 내가 도전해보고 싶은 10가지 직업을 경험해보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를 생각한 이유는 단순하다. 2023년에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자’ 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세상 단순하게, 10가지 직업을 가진 십잡스가 되어 본다면 재밌을 것 같고, 도전적일 것 같고, 멋있을 것 같으니까 그냥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우주의 티끌 같은 내가 꼭 위대한 의미를 가지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내가 위대하지 않은데, 뭘 위대한 의도를 가지고 도전해야 하는 걸까? 위대하지 않은 도전도 도전인데 말이다. 

나는 도전하는 내가 좋고, 도전하는 내가 멋지고, 그러니까 그냥 도전하고 싶은 것 뿐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있다.


불혹(不惑)에 찾아 온 실패의 터닝 포인트

공자께서 40세를 불혹,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불혹이 되지 못한 2022년의 40세를 보냈다. 높은 목표를 가지고 놀라운 성장을 이루는 곳에서 치열하게 일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내가 있을 자리를 잘 선택하지 못했고 1년 간 2번의 퇴사를 경험하게 되었다.

잘잘못을 따져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지난 회사와 동료에 대한 실례기에, 나는 마가 낀 것 같던 40세를 불혹이 되지 못했던 내 탓으로 하기로 했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의 나는 이 기회에 18년 만에 나에게 제대로 된 휴식을 선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도록,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휴식을 말이다. 그 첫 걸음은 지난 청춘을 되돌아보는 것이었다.


치열했던 인생 1회차, 그 대가를 치르고 얻은 인생 2회차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탓에 나는 ‘돈을 벌겠다’에 꽤 사로잡혀 있었다. 대학도 빨리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전문대학에 갔고 실제로 졸업도 전에 이미 취업도 끝난 상황이었다. 학벌도 능력도 부족한 나의 자존감은 나보다 나은 조건의 사람들 보다 내가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게 될 때 회복이 되었다.

나는 수많은 경쟁을 하면서 성취욕과 승부욕이 강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어갔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결국 독이 되었다. 세상 피곤하게 살던 나는 스트레스를 차곡차곡 쌓아간 덕분에(?) 병원 나이 30세에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생존율이 5년 이내 50%도 되지 않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나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치열한 삶을 담아왔던 자신의 여러 생각들과 관점들을 30대의 시간 동안 하나하나 바꿔나가면서, 나는 인간적인 성숙도가 깊어질 수 있었고 일을 대하는 자세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만했었던 것 같다. 

40세의 나는 왠지 모르게 성공을 갈구했고 조급한 마음으로 내린 판단에 의해 필연적으로 실패의 결과가 찾아왔던 것 같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의 생각에, 마음에 집중해서 나를 위한 결정을 하자고 생각했다.


일하는 게 너무 좋은데 너무 싫은, 일에 대한 내 마음의 모순

나는 솔직히 일하는 것이 너무 좋은데, 너무 싫었다. 아니, 다시 말하자면,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 일하는 것이 너무 좋은데, 내가 원하지 않는 일면 일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렇기에 18년이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하는 행복과 불행을 교차로 마주하며, ‘일하고 싶은데 일하기 싫다’는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걸지 늘 고민해왔다.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싶은데 일하기 싫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딜레마를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굉장히 명확하다. 돈 때문이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 중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서 다닐 거다. 회사에서 월급 받는 한, 본인이 싫은 일도 회사가 원한다면 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나는 월급과 일에 대한 내 자유를 교환하는 것에 거부감이 자꾸 생겼다.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일임에도 회사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회사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이건 좋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로 찾는 십잡스

사실, 해결 방법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월급을 포기하는 것’과 ‘일에 대한 내 자유를 포기하는 것’ 중에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월급을 포기해 보기로 결정했다. 단, 돈을 한 푼도 벌지 않아도 괜찮다는 기간은 6개월이라는 기한을 두기로 했다. 기한 내에 십잡스 중 돈을 버는 직업을 하나라도 찾아내면 회사는 계속 다니지 않고, 반대의 경우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일에 대한 내 자유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나를 위해 내 모든 것을 쏟아내는 일을 하고 싶다.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맡은 일에 늘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며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왔다. 그런 나의 노력들은 성취감으로 환원되어 기쁨을 주기도 했지만,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같다는 씁쓸함도 함께 가져왔다. 이제는 남을 위해서 말고, 나를 위한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십잡스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힘들 수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다. 힘들면 쉬어가고 포기하고 싶으면 포기하면 되지 않을까? 10가지 직업에 도전하며 얻는 실패의 경험, 성공의 경험을 통해 또 다른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으니, 그냥 자연스럽게 오늘의 내 시간을 후회 없이 즐기려고 한다.


나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도전하는 모험가이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도전할 수 있는 기회나 에너지, 역량 등이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의 노하우와 경험, 에너지 등이 물이 오른 지금을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도전의 끝판까지 가보고 싶다. 나라서 할 수 있고 나여야만 해야 하는 ‘진짜 내 일’을 찾을 때까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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