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찌니 Jan 30. 2023

저의 거절은 이 정도가 최선이에요.

2023.01.30 18번째 일기

To. 찌니님

제가 예전에 상담을 받으면서 들었던 단어 중에 '성장포인트'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아요.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장점이 있는데, 이걸 보완하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의 성장포인트 중 하나는 '거절'이라고 했어요.


찌니님도 잘 아시는 것처럼 전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에요. 예전엔 그 수준이 더 심해서 싫은데도 거절을 못하는 날도 많았지만, 요즘은 정말 싫으면 조금은 거절할 줄도 알게 되었어요. 많은 발전을 했죠! 그래도 남들이 보기에는 저는 아직도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일 거에요.


이건 조금 특이한 고민일 수도 있는데, 저는 이제 거절을 못하는게 고민이라기보다는, 이 정도 수준이 저의 현재에서는 최선이고 이게 가장 내 마음이 편한 상태인데, 타인이 그런 거절 못하는 저의 행동을 나무랄 때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조금 더 번거로워져도 약간의 행동으로 누군가를 편안하고 기쁘게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좋은데, 남들이 보기에는 이런 행동들이 답답해 보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다보니 어쩌면 거절을 좀 더 잘 하게 되었다는 것은 저만의 상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저는 지금보다 더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찌니님의 때로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거절 스킬을 알고 싶어요. 그리고 누군가 이런 저의 답답함이나 부족함을 지적할 때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To. 낮잠님

저는 굳이 따지면 거절을 능수능란하게 잘하는 사람에 속하긴 하는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저는 일과 관련해서 이해득실 및 관계를 따졌을 때 거절을 하지 않는 게 유리하거나, 개인적으로 내 마음이 그렇게 하고 싶은 경우에 거절을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외에는 다 거절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웃음)


저는 기본적으로 나 자신의 성품이 마더 테레사 같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를 포용할 수도 없음을 알고 있구요. 나 자신을 위해 쓸 에너지도 부족한 상황에서, 나에게 도움도 안되고 마음도 움직이지 않는 상대를 위해 굳이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절을 하면서 여러 경험이 생기다 보니, 제가 거절을 해도 상대가 기분이 크게 상하지 않는 수준까지 거절의 스킬이 생긴 것 같습니다. (웃음) 

사람마다 거절의 방법은 다르겠으나, 저의 거절 방법을 알려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판단 가능한 거절

명확하게 ‘안된다’고 거절하고 부드러운 어감으로 ‘안되는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유를 설명’하면, 바로 단호하고 부드러운 거절이 됩니다.

딱 잘라서 ‘안된다’로 해야 하는 이유는, 어설프게 돌려서 거절을 하면 상대에게 희망고문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기대심이 부풀어 올랐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거절인 걸 알게 되면 상대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상하게 됩니다.

안되는 이유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하는 이유는 상대가 이해가 되어야 거절에 대해 납득할 수 있고 불편한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냥 거절을 당한다면 마찬가지로 상대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때 주의할 점은 나의 목소리 톤과 표정인데요. ‘안타까움과 곤란함’을 담고 있되, ‘미안함’을 담아서는 안됩니다. 거절을 하는 것이 미안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상대의 부탁과 요구를 당연하게 들어줘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 선을 잘 긋지 않으면 이후에도 다시 부탁과 요구가 발생되고 나는 거절의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기에, 나중을 위해서도 세련되게 선을 긋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판단이 불가능한 거절

거절하게 되는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건이라면,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거절하기 보다는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지금 답변이 어려우니, 검토 및 확인하고 가능 여부를 알려 주겠다’라고 이야기 후 시간을 벌어서 확인하고 이후 답변을 다시 하는 게 좋습니다.

일단 확인은 해보겠으나, 이미 내 마음도 거절을 향하고 있고 확인 후 예상되는 결론도 어차피 거절을 향하고 있다면 위의 이야기에 덧붙여서 ‘확인해보겠지만 아마 어려울 것 같아서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집어줌으로서 상대가 희망고문에 시달리지 않게 해주세요.

상대의 부탁이나 요구에 대해서 결국 답을 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에, 내가 결정하고 답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불편한 마음에 거절하지 못하면 내가 힘들어 지는 거고, 또는 거절은 하는데 애매하게 답해서 상대를 희망고문 상황에 놓는 것은 상대에게 ‘소극적인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익선동에서 데이트했을 때, 체리언니가 말했던 ‘소극적인 폭력’ 기억나죠? 상대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걸 알고도 안 하는 건 소극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거라는 언니의 이야기를요. 애매한 거절은 바로 상대가 확실한 답을 원하는 걸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낮잠님, 바로 이게 언니가 말했던 ‘소극적인 폭력’이 되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낮잠님은 지금보다 거절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더는 소극적인 폭력을 행하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그리고 누가 낮잠님의 답답함이나 부족함을 지적할 때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겁니다. ‘너나 잘하세요.’ 라고 말하세요. 나도 우리 낮잠님을 지적 안 하는데 누가 감히 지적을 해요? 

자격이 되는 사람이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거고, 자격이 되는 사람의 피드백이 의미 있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낮잠님에게 낮잠님의 답답함이나 부족함을 지적하는 그 분은 자격이 없을 것 같네요. 

그 사람은 지적을 했을 뿐, 제가 위에 알려준 방법을 낮잠님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문제는 말하면서 해결책을 제안하지 못하는 소리는 참견인거지 피드백이라고 하지 않는 답니다.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찌니님의 1월은 어떠셨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