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년 전에 타로카드를 독학으로 배웠다. 배운 이유는 두 가지 였는데 하나는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또 하나는 MZ 세대라고도 불리는 나의 주니어 구성원들과 면담 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기 위해서 였다.
쿠팡에서 책과 카드를 세트로 파는 걸 남편이 선물해줬다.
타로카드를 정말 잘 보는 분께 상담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 또는 타로카드를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타로카드는 점술이 아니다.
타로카드를 봐준다는 것은 타로카드를 해석해준다는 것인데, 타로카드를 해석하는 사람은 각각의 카드가 원래 의미하는 키워드와 카드 안에 있는 다양한 이미지 요소를 통해 상담자의 마음 속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끌어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타로카드는 통찰력으로 상대의 본질이나 심중을 꿰뚫어보는 힘이 있어야 '잘 보는 사람'이 될 수 있는데, 타로카드가 주는 힌트를 통해서 상대의 속엣말을 얼마나 끄집어 내느냐, 그리고 그 말 속에서 이 사람이 보내고 있는 어떤 시그널을 찾아내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책을 속독으로 읽는 편이기도 하고 외우는 것을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타로카드 책 한권을 읽고 외우는 것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각 카드의 의미를 되새기고 카드의 이미지 속에 숨겨진 힌트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질문이나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해 보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고민이 필요했다.
나와 교환일기 매거진을 함께 쓰는 낮잠님과 데이트를 하면서 타로카드로 상담을 해줬다.
그리고 어느 정도 쓸만하다 싶어졌을 때부터 내 주변 사람들부터 타로카드를 봐주기 시작했었다. 재밌는 건 타로카드를 봐주기 시작한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이 타로카드를 정말 잘 본다, 소름끼친다, 이런 것까지 맞추는 건 이상하다 등등 '잘 본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이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우리 조직의 20대, 30대 초반의 구성원들과 면담을 할 때 '타로카드 면담'을 선택할 수 있게 하여 타로카드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는 면담 프로그램을 운영해봤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카드를 섞는 건데...왜 화투 치는 것 같은 지 모르겠다.
면담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회의실에 가서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면담을 한다. 내 면담의 차별점은 바로 면담 도입부에 등장하는 타로카드에서 생기게 되었다.
면담 대상자가 착석을 하면 나는 웃으면서 '우리 딱딱하게 가지 말고 재밌게 이야기 시작해볼래요?' 라고 하면서 타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카드를 꺼내는 순간, 백이면 백 호기심을 드러낸다. 그리고 신기해서 묻는다. '찌니님, 타로카드 볼 줄 아세요?' 그럼 나는 '네, A님이랑 좀 더 가볍고 편하게 이야기 하고 면담이 일이 아니라 재밌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서 혼자 공부했어요.' 라고 답한다. 나와 면담을 했던 구성원들은 이 말이 가장 감동을 받았었다고 했다.
그리고 타로카드를 보면서 마치 카드의 질문인양 나의 질문을 녹여내고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응을 보면서 면담을 진행했다.
원래 이런 류에 관심 많은 20대 여성 구성원들은 너무 멋지고 쿨한 방법이라는 반응을 했고 리더가 자신들과 소통을 더 잘하기 위해 고민해서 독학해서 이런 걸 시도한다는 것에 감동스러워 했다.
특히 내향형 구성원들(MBTI 맨 앞이 I로 시작되는 분들)의 변화가 압도적으로 컸다. 부끄러움이 넘치는 그 친구들이 먼저 면담 요청을 하고 자기 이야기를 잘 꺼내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 전반적으로 보통 면담에서 잘 말하지 않는 깊은 이야기들도 스스로 먼저 이야기 하게 되었다는 것도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타로카드 면담에 대한 에피소드로 이야기 했지만, 이 글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리더라면 구성원들과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구성원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인지를 명확히 했고 '그걸 위해 어떤 부분이 걸림돌이 되는지를 고민했다'는 것과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고안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타로카드가 아니어도 좋다. 당신이 리더라면 나의 구성원들과 소통을 더 잘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을 찾아내야 한다. 소통에 실패한다면 따르는 사람이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따르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리더에 자리하기 어렵다. 당신이 진짜 리더라면 소통에 집중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