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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니 Feb 19. 2023

사람을 좋아하지만 에너지가 부족해요.

2023.02.18 36번째 일기

To. 찌니님

저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항상 존재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항상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불편한 자리가 아니라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기회가 있다면 가지려고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도 종종 가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가기 전엔 조금 편하진 않지만, 회사에서의 미팅이나 네트워킹 등도 막상 참여하면 재미있기도 해요.


하지만 문제는 제가 에너지가 너무 약하다는 점입니다. 누굴 만나느냐, 어떤 자리이냐에 따라 정도가 달라지는데 회사와 관련된 미팅이나 외부 회식, 네트워킹 등의 자리는 표정이나 말 등에 좀 더 신경을 쓰느라 더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는 것 같아요.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도 제가 얼마나 편하게 행동할 수 있는 상대인가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소진되는 시간이 상당히 짧습니다.

그렇다보면 막바지가 되면 지친 티가 나는 것 같아서 이 부분이 굉장히 신경이 쓰여요. 약간 표정에서 웃음이 살짝 줄어든다거나, 말수가 적어진다던가 하는 부분이요. 누군가에게 이런 부분이 티나게 보여지고 싶진 않아서 노력은 하지만 티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텐션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함께할 시간의 범위를 어느정도 정해둬야 하는 걸까요?


또 한가지 고민은 이런 자리들이 좋으면서도 집에 와서 그날의 저의 말들을 되새긴다는 점입니다. 음, 이런말은 내가 하지말껄 그랬나. 아까 그건 조금 오버했나? 등의 생각이요. 

왜 이런 생각까지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조금 더 지쳐버리는 것 같아요. 제가 봐도 참 별 고민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단 저와의 시간을 조금 더 확보하는 것이 좋을까요?




To. 낮잠님

저는 낮잠님이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루에 정말 많은 일들을 쳐내고 있고 그 와중에도 자기 계발도 놓치지 않고 자신이 챙겨야 하는 사람들을 늘 챙기고 있죠. 그런 걸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낮잠님의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하기 보단 사람 눈치를 보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 자리에서도 사람 눈치를 보고, 집에 와서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한 말과 행동을 고민하고…저는 에너지가 사라지지 않는 게 이상할 것 같은데요.


제가 그동안 여러 번 말씀 드렸지만 모든 중심을 낮잠님 자신에게 옮기셔야 해요.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야 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낮잠님이 아무리 텐션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함께할 시간의 범위를 정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을 거에요. 내가 텐션을 조절하는 걸 상대가 눈치채진 않을까, 불편해 하지는 않을까, 시간을 너무 짧게 잡은 건 아닌가 등등 또 다른 눈치 보기가 쏟아질 것 같은데요?


낮잠님,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꼭 나로 중심 바꾸기를 하셔야 해요. 남의 시선을 외면하는 연습을 하셔야 해요. 내 눈치를 보는 연습을 하셔야 해요. 

낮잠님처럼 예의 바르고 다정다감한 사람이 애초에 뭘 더 신경 쓸 필요가 있겠어요. 매너 있게 그 시간을 보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에요. 그 이상의 에너지는 나를 포함해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만 쓰시면 돼요.


자신과의 시간을 더 확보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편안하고 내가 즐겁고 내가 행복한 것이 뭔 지에 더 집중하라는 소리에요. 자기 자신의 눈치를 보아하니 지금 내가 불편하고 재미없고 피곤한 것 같다 싶으면 그 자리를 파하면 되는 거에요.

왠지 낮잠님이라면 '그럼 그렇게 먼저 자리를 뜨면 상대가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또 이런 걱정을 할 것 같은데, 그럴 때는 ‘제가 사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못했는데, 너무 뵙고 싶어서 왔어요. 근데 컨디션이 나아지지 않아서 오늘만 좀 일찍 일어날게요. 같이 최대한 재밌을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아쉽고 이 아쉬움은 다음번에 털어내겠습니다.’ 라는 정도의 마무리 인사로 충분히 분위기 좋게 빠질 수 있습니다. 이걸로도 뒷말 나오는 사람들이랑은 어울리지 마세요.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길게 이어지지 않고, 심지어는 노력을 해도 몇 번으로 끝날 인연의 사람들에게 내 시간과 애정,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답니다. 부디, 낮잠님은 자기 자신의 눈치를 더 봐주세요.


※ 이 글은 찌니와 낮잠이 공동으로 쓰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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