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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Nov 15. 2019

액션과 유머로 과대 포장된 '좀비랜드: 더블 탭'

<좀비랜드: 더블 탭> 리뷰

1. 좀비랜드에서 동고동락한 지 10년. 진짜 가족이나 다름없지만 결혼을 원하는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와 비혼주의자인 '위치타(엠마 스톤)', 독립하고 싶어 하는 '리틀 록(아비게일 브레스린)'과 애지중지하는 '탤러해시(우디 해럴슨)'는 계속해서 갈등을 일으키고, 결국 리틀 록은 가족을 떠나버린다. 한편 다른 생존자들로부터 더 강력해지고 새로워진 좀비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은 콜럼버스, 위치타, 탤러해시는 리틀 록의 생사를 걱정하며 다시 한번 좀비들을 때려잡는 여정에 나선다.  


<좀비랜드: 더블 탭>은 평범한 콜롬비아 픽처스 로고에 난입한 좀비들을 여신이 횃불로 때려잡는 장면으로 시작하더니, 곧장 슬로 모션으로 좀비들의 머리를 때려 부시면서 피가 터지는 주인공들의 액션을 보여준다. 마치 상상 이상으로 자극적이고 짜릿한 액션과 유머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하지만 10년 만에 돌아온 <좀비랜드>를 마주한 초반부의 쾌감은 이내 사라진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늘어난 스케일과 욕심에 발목 잡힌 또 하나의 속편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좀비랜드: 더블 탭>이 실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성공한 속편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훨씬 커진 스케일로 돌아온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액션씬에서 영화의 비대해진 스케일이 분명히 드러난다. 성능이 좋아진 무기들과 농익은 팀워크를 기반으로 한 좀비와의 싸움은 전편에 비해서 스펙터클만큼은 확실히 챙겼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마치 <월드 워 Z>를 연상시키는 좀비와의 전쟁과의 수준으로 그 규모를 키우기도 한다. 


정치적 올바름과 자기 희화라는 두 개의 소재로 웃음을 유발하는 솜씨도 1편보다 능숙해졌다. "비건이 어떻게 좀비가 되겠어" "평화주의자를 싫어하지는 않아. 단지 패고 싶을 뿐이지"와 같은 대사들은 할리우드의 흐름인 정치적 올바름의 코드를 비틀어 버린다. 도덕적 가치가 억눌러 왔던 파괴적인 욕망을 건드리는 시도인데, 좀비랜드라는 영화의 세계관 덕분인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통쾌한 감정의 분출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주인공들을 비트는 다른 인물들을 등장시키거나, 빌 머레이의 사망을 언급하거나, <좀비랜드> 1편의 대사마저도 오래됐다며 욕하는 장면들도 전편을 본 입장에서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 심지어 백악관 안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각종 소품들을 활용하고, 엘비스 프래슬리를 간접적으로 등장시키면서 미국이라는 국가까지도 풍자하는 등 B급 영화라는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기도 한다. 스케일도 커지고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와중에 보기 드문 용기와 뚝심이다. 



3. 문제는 영화의 규모도 커지고 욕심도 많아지다 보니 영화가 제대로 뛰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두 가지 부분이 아쉬운데 우선 영화의 도입부가 그렇다. <좀비랜드>는 좀비 영화이지만, 로드무비이기도 하고 따라서 여행 중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이 좀비랜드의 진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편은 앞뒤 설명을 모두 생략하고 곧장 인물들을 길 위에 올려놓으면서 이러한 매력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좀비랜드: 더블 탭>은 하지만 주인공들이 본격적으로 여정을 떠나기까지 중언부언하고, 꼭 필요하지 않았던 설명들을 늘어놓으면서 본래 매력을 깎아먹는다.  


두 번째로, <좀비랜드: 더블 탭>에는 콜럼버스의 내레이션이 다수 등장하는데 딱히 내레이션 없어도 되는 장면에까지 삽입되면서 영화의 흥미를 저해한다. 예를 들어 탤러해시와 리틀 록이 말다툼을 벌이거나, 탤러해시가 일행을 떠나기로 결정하는 장면에서 내레이션이 없어도 탤러해시와 리틀 록의 내면과 감정은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하지만 인물들의 감정 변화나 모든 것을 콜럼버스가 설명해주다 보니 내용의 이해는 쉽지만 영화가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4. 무엇보다도 전편에서 인상적이었던 메시지가 사라져 버린 것이 <좀비랜드: 더블 탭>의 가장 큰 패착으로 보인다. 전편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의 사회상을 생존이 우선인 좀비랜드에 투영시키고, 좀비랜드에서 인간성을 잃었던 주인공들이 인간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전개를 보여준 바 있다.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는 <좀비랜드>만의 독특한 매력이었다. 


하지만 <좀비랜드: 더블 탭>은 다르다. 이번에는 가족이 생긴 후에 함께 정착할 집을 찾는 가족애가 스토리의 중심을 이룬다. 문제는 가족애라는 메시지는 딱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주제가 아니고, 부분적으로 전편과 반복되는 소재인 데다가, 전편처럼 예상외의 감동을 주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영화는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는 데도 실패했다. 유머를 위한 새로운 인물들이 정신없이 등장하는 데다가 영화의 규모도 커져서 스토리의 중심인 4명의 주인공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머와 액션이 의도와는 달리 영화의 메시지를 차단하는 잡음이 되어버린 셈이다. 



5. 물론 <좀비랜드: 더블 탭>은 충분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10년 전과 달리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 우디 해럴슨의 호흡을 다시 만나는 재미도 있고, 영화의 유머는 타율도 높고 장타도 많이 쳐낸다. 단지 다른 속편들처럼 규모를 키우다가 본연의 매력을 다소 잃어버렸고, 전편이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작품이다 보니 비교될 수밖에 없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끝내 속편의 저주는 피하지 못한 영화, <좀비랜드: 더블 탭>이다. 



A(Acceptable, 무난함)

단지 형이 너무 잘났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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