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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Apr 03. 2019

샤잠!

가족을 찾는 꼬맹이 히어로의 여정

1. <저스티스 리그>의 실패 이후 DC 확장 유니버스는 변화를 선언했다. 무리한 히어로 간의 크로스오버 대신 각 히어로들의 매력을 살릴 솔로 영화 제작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 시작인 <아쿠아맨>은 비평은 다소 아쉬웠을지 몰라도 상업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샤잠!>은 이러한 DC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두 번째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샤잠!>은 기존의 DC 확장 유니버스와는 상이한 분위기의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가족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2. <샤잠!>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주인공인 '빌리 뱃슨'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정착하는 내용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많은 청소년/가족 영화들이 다룬 바 있기에 진부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쉽게 떠올리는 다수의 가족 형태가 아닌 위탁 가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플롯은 영화에 참신함을 불어넣는 훌륭한 요소다. 전통적인 대가족은 물론, 산업화 이후로 탄생한 핵가족 형태도 붕괴되는 사회의 변화를 날카롭게 포착해 이러한 변화 안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거나 빌리가 가족애를 계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유머도 전체적으로 꽤 타율이 높은데, 크게 웃음이 터져 나오지는 않지만 가볍게 낄낄거릴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편이다. 다만 학생들이 주인공이다 보니 <데드풀> 같은 잔혹동화가 아닌 처음 생긴 능력을 시험하거나 성인의 몸을 가진 아이들의 치기 어린 행동들이 웃음 포인트고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유머에 가까운 편이다. 이런 유머는 본인에게 그런 힘이 생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을 상상하면서 주인공들에게 공감하는 기회가 된다. 이렇듯 가족애가 강조되는 진지한 장면들과 재밌는 유머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섞여 <샤잠!>을 마냥 무겁거나 유치하지 않은 균형 잡힌 영화로 만들어낸다. 



잘 구축된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두 명의 발리와 프레디의 관계는 그 나이 때에 걸맞은 우정을 잘 보여준다. 마크 스트롱은 질투가 동기라서 자칫 유치할 수도 있었던 '닥터 시바나'를 훌륭한 연기로 소화하며 영화의 무게감을 잘 잡아주고 있다. 한편 영화에 샤잠 외에 다른 히어로는 없다. 하지만 인물들의 대사, 카메오, 쿠키영상, 엔딩 크레디트 등을 통해 전작들이 언급되기는 하며, 이를 통해 DC 확장 유니버스에 포함된 영화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샤잠!>은 전체적으로 <데드풀>,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벤치마킹한 것이 느껴지는데, 세계관의 세밀함과 블랙 유머의 강도가 두 영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DC가 만든 가족영화라는 한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유쾌한 활극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유치한 유사품에 불과할 수도 있는 거이다.



3. 그런데 <샤잠!>이 한계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 큰 문제다. 우선 샤잠이 익숙한 히어로는 아닌데, 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 결정적인 문제다. DC 세계관에서 마법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샤잠은 고대에서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제우스/헤르메스/헤라클레스와 같은 신들로부터 능력을 받는데 신들이 죽어버린 시점에서도 그 능력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등등... 이러한 설명들이 부족한 데다가 대사 한 줄로 처리되어버리면서 뜬금없게 여겨지기도 한다.


인물들의 행적이나 영화 전개의 개연성도 부족하다. 예를 들어 여러 능력이 있는 것을 다 시험해 놓고 막상 싸울 때는 힘이나 번개 등 특정 능력만 주야장천 사용하는 샤잠이나, 샤잠의 동굴을 드나드는 과정 등은 영화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샤잠!>이 가족 영화고 주인공들이 어린이 내지 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그렇게 여기기에는 호러 영화 같은 공포스러운 장면들이 꽤 많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액션도 많이 아쉽다. 샤잠이나 닥터 시바나의 능력을 감안하면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 대 조드 장군 같은 역동적인 장면들을 만들 수도 있었으며, <어벤저스>처럼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히어로들 간의 연계된 액션 시퀀스를 연출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훌륭한 선례들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또 샤잠만의 개성적인 액션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문제다. 아쿠아맨의 삼지창, 토르의 묠니르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 없다. 제작비가 적다는(<샤잠!>의 제작비는 8500만 달러로 일반 히어로 영화 제작비의 절반 정도다) 문제도 있겠지만 <데드풀>도 저예산으로 개성적이고 독특한 액션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제작비는 변명이라 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심지어 CG도 너무 그래픽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나쁘지 않은데 연출이라든가 영상이라든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은 영화인 셈이다.



4. <아쿠아맨>이 호평받은 것은 영화가 종합적으로 잘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DC의 변화가 보였기 때문이다. 신선한 캐릭터와 준수한 퀄리티를 지닌 오락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아쿠아맨>이 성공으로 발현된 것이다. 하지만 <샤잠!> 은 단독 영화로서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수작 일지 모르나, <아쿠아맨>을 이어서 DC를 향한 전체적인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장단점이 확실하기에 아직은 부족한 영화다. 나름 안정적인 첫 삽을 뜬 것에 만족하고 앞으로 나올 속편과 크로스 오버를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A (Acceptable, 무난함)

타이밍을 잘못 잡은 유쾌하고 진지한 엔터테인먼트



쿠키 영상은 두 개다. 하나는 속편을 암시하고 하나는 개그용이다. 개인적으로 북미 관객들에게 잘 맞는 영화라고 느끼기에 국내에서 크게 흥행하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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