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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noDAY Dec 17. 2018

트와일라잇

다시 보니 나름 의외의 평작


0. 판타지 영화와 호러 영화에는 중요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두 장르 모두 마법, 엘프, 괴물 등의 초자연적 존재를 중심 소재로 삼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판타지와 호러 사이에는 초자연적 존재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판타지 영화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 경외심을 보이지만(마법 혹은 엘프), 호러 영화는 두려움/공포/혐오의 감정에 기초한다(괴수, 괴물, 저주 등). 물론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등에 등장하는 오크와 디멘터처럼 판타지 영화 내에서도 공포의 대상인 존재들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톤에서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 <트와일라잇>의 중심 소재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단연코 '뱀파이어'다. 뱀파이어, 곧 흡혈귀는 그간 할리우드에서 호러 영화의 소재로 주로 소비되었는데 <트와일라잇>은 여기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를 경외로운, 그리고 아름다운 존재로 대하면서 호러와 판타지 사이의 변화를 추구하며 장르의 관습을 파괴하려 한다. 하지만, 이미 모두가 알 듯이 이러한 시도는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2. 작중 뱀파이어는 완전무결한 존재다. 초능력, 출중한 외모, 재력도 있고, 압도적인 신체적 능력에 출중한 지능까지... 심지어 이들은 인간의 피도 안 먹는 채식주의자 뱀파이어다. 기존의 뱀파이어처럼 햇빛을 못 본다거나, 마늘이나 십자가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그 결과 이 작품은 스토리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왜? 완벽한 주인공 덕분에 갈등구도가 생기질 않으니깐. 사실 굳이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다룰 필요가 있어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뱀파이어가 아닌 다른 초능력자 혹은 외계인이었어도 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트와일라잇>은 제작비 예산의 문제인지 이 무결한 뱀파이어의 능력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데 실패한다. 그러니 액션에도 긴장감이 없고, 주인공의 목숨을 위협하는 뱀파이어가 있어도 그 어떤 서스펜스나 대결구도가 성립되지 않는다.   



3. 이 영화가 뱀파이어 못지않게 공들인 요소는 '로맨스'다. 하지만 이 영화의 로맨스는 아주 오래되고 뻔하디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불과하며 두 캐릭터는 아무런 특징 없는 평면적인 인물에 불과하다. 벨라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감이 거의 없는 평범한 여주인공에 불과하고 에드워드는 정말 모든 것을 벨라에게 맞춰주는 완벽한 남자다. 그러니 둘 사이의 로맨스 전혀 흥미로운 구석이나 긴장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것이 잘 해결될 테니. 뱀파이어로 변하는 것 마저도. 그럼에도 다시 보면, 일정 수준의 재미는 있다. 우리 모두 완벽한 상대방과의 연애와 약간의 스릴을 즐기고 싶어 하는 욕망은 있을 테니.



4. <트와일라잇>의 거의 유일한 의의는 상업적인 측면에 있다. 이 작품은 십 대들의 티켓 파워가 얼마나 강력한 지를 증명해준 작품이다. 다 합쳐서 세계적으로 35억 달러 가량의 수익을 올린 이 시리즈는, 이른바 영 어덜트 Young Adult 소설 원작의 작품들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메이즈 러너> 등의 시리즈가 쏟아져 나오게 된 계기인 것이다. 이는 10대들의 판타지(로망)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테고, 그런 의미에서는 유의미한 '판타지'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D (Dreadfull 끔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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