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면서 유기농 야채를 포장해서 유통하는 곳에서 일한다. 상품성이 떨어진 야채들을 집으로 가지고 오다보니 냉장고에 자연스럽게 야채가 항상 있게 되었다. 야채들을 처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카레 혹은 된장찌개를 끓이는 것이다.
다행히도 내 여자 친구는 내가 끓여준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유튜브와 블로그를 찾아보면 참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한다. 육수는 맹물, 소고기 우린 물, 멸치와 다시마 우린 물, 쌀뜨물 등 다양하다. 조리법도 재료를 볶아서 넣기도 하고, 그냥 육수에 넣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레시피 중 저번 주 주말에는 멸치와 다시마 우린 물을 육수로 준비하고 애호박, 양파, 대파, 감자를 볶은 다음 접시에 옮겨 놓았다. 된장과 쌈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 소고기를 섞어서 냄비에 넣고 볶아냈다. 다음으로 육수를 붓고 볶아놓은 야채를 넣어 보글보글 끓였다. 다 끓여진 된장찌개를 덜어 여자 친구와 함께 드라마 한 편 틀어놓고 밥을 먹었다.
"오빠 역시 오늘도 맛있는데?"라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나는 그냥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빨리 소진해야 된다는 마음으로 끓인 된장찌개였는데 여자 친구의 반응이 좋아서 미안함과 감사함이 교차하게 되었다. "맛있게 먹었으면 설거지는 자기가 해~!"라는 답변으로 냉장고의 재료 소진과 식사 후 휴식을 얻을 수 있었다. 된장찌개를 끓인다는 건 썩어가기 전에 싱싱한 야채를 냉장고에서 비울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