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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진철 Mar 02. 2019

알렉스 퍼거슨은 어떻게 맨유를 창조해냈나

<알렉스 퍼거슨, 성공의 비결>, BBC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왓챠에 저장해둔 퍼거슨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알렉스 퍼거슨, 성공의 비결>이라는 제목으로 BBC에서 제작된 영상이다. 호날두나 무리뉴 같은 축구계 인사 외에도 전 노동당 당수 토니 블레어, 실리콘밸리 VC 마이클 모리츠 등 정계, 제계를 가리지 않는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훌륭한 리더십이란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법이다.


스물 일곱 시즌 동안 리그 우승 13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높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특별한 것은 '맨유다운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그것을 클럽에 뿌리내린 인물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인 퍼거슨은 어릴 적 조선소 부근 마을에 살았다. 궂은 날씨에도 성실하게 일하는 조선소 노동자들을 보며 자랐다. 그는 고향에서 배운 것들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안에 그대로 옮겨냈다. 흔히 퍼거슨의 리더십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로 대표된다. 근면함과 팀플레이를 강조하고, 무엇보다도 규율을 중시한다. 이를 어기면 스타플레이어든 주장이든 가차 없이 내친다. 유나이티드에 부임하면서 그는 ‘낮부터 술을 마시는’ 음주문화를 척결했고, 선수들이 정시에 훈련하도록 했다. 또한, 선수들이 어디에 가든 셔츠와 블레이저를 입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운’ 자세를 유지하기를 요구했다. 퍼거슨은 그런 사소한 것들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흔히 감독들은 1군 팀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고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내 철학은 축구 클럽을 만드는 거였어요.”

“맨유의 강점은 우리가 함께 만든 가족 정신입니다. 사람들은 인정받으면 능률이 올라가죠. 맨유 감독으로서 사람들을 지나치기 쉬운데, 저는 사무실에서 직원이 나오면 절대 모른척하지 않아요.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라도 하죠. 그렇게 알아봄으로써 가족의 힘이 생깁니다.”


선수들의 말에 따르면 퍼거슨은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선수들은 물론 유스팀, 리셉션 직원, 요리사, 청소부까지 모두의 이름을 기억하고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보스의 방식이니 선수들도 이를 따랐다. 스타플레이어부터 세탁 직원까지 하나의 일원이 된다. 그렇게 퍼거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클럽을 창조해냈다.


퍼거슨 스스로가 밝혔듯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선수들과 대기실에 대한 통제’였다. 이적 방침, 계약 내용, 스탭, 그 모든 것에 대한 통제권을 퍼거슨이 가지고 있었다. 그가 가장 걱정했던 것 역시 그 통제권을 잃는 것이었다. 그는 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되고자 했으며,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납치 않았다. 그의 리더십이 다른 환경, 무엇보다 지금 시대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퍼거슨 은퇴 이후 수년간 추락을 반복하다 최근 솔샤르(와 퍼기 시절 코치진)의 복귀 이후 부활하고 있는 맨유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적어도 맨유라는 클럽 내에서 퍼거슨의 리더십은 아직 유효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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