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마케팅 VS 사람 죽이는 마케팅
20년 전 약간은 쌀쌀했던 어느 날.
나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회기역의 높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살려!
무슨 일이가 하고 플랫폼을 살펴보니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었다.
무슨 일이지?
자세히 보니 철로 안에 한 남자가 떨어져 누워 있었다.
열차가 들어온다는 신호는 들리고 아무도 내려가서 그 남자를 끌어올릴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왜 아무도 저 남자를 안 구하지?
곧 열차는 들어올 것이고, 아무래도 큰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철로로 뛰어들었다.
그 남자를 끌어올렸고, 위에서는 사람들이 받아주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쳐 주었고, 나는 뭐라도 된 기분이었다.
난생처음 사람을 구한 날이었다.
한참을 잊고 살았다. 그렇게 20년이 지나고 나는 마케터가 되어 있었다.
나는 마케터가 될 운명이었나 보다.
대학생 때 인터넷 쇼핑몰을 하다가 말아먹고, 복학을 해서 실험실에 들어갔다가 영 적성에 맞지 않아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한 후 먹고살 길이 막막하여 중국에 가서 한국어 강사를 했고, 그때 시간이 많이 남아 시작했던 블로그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블로그 마케팅 회사에 취직이 되었다. 그러다 마케팅 회사를 차리게 되었고, 지금까지 마케팅을 하고 있다.
아무런 목표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오다 보니 되어 있는 운명 같은 마케터.
전공은 축산학인데 왜 마케터냐고...
20년이 지난 지금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난 왜 마케팅을 하고 있지?
난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일까?
이 일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마케팅 구루인 세스 고딘에게서 얻었다.
세스 고딘은 그의 저서인 "마케팅이다"에서 구명부표 이야기를 한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구명부표를 던지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부표를 필사적으로 잡게 된다.
마케팅이란 그 구명부표를 만들어 정확한 지점에 던져주는 일이라고 그는 말하였다.
아! 내가 하는 일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일이구나.
물에 빠진 사람에게 어떤 사람은 돌을 던져주고,
어떤 사람은 튜브를 박스채 던져줘서 박스를 열어서 튜브에 바람을 불어넣으라는 설명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자기 발 앞에 구명부표를 던져 놓고 헤엄쳐 와서 가져가라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구명부표를 만들어 정확한 지점에 던져주는 사람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케팅을 잘하는 방법은 그 사업을 잘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 사업을 왜 시작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작한 것인지를 알고, 그 문제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사람을 찾아내서 그 사람을 낱낱이 파 해치고 조사해서 그 사람이 공유할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그 사람이 가장 자주 가는 곳에 뿌리면 그 사람은 그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것이 마케팅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20년 전 철로에 빠져 있던 그 남자는 바로 20년 후 지금의 고객이고,
20년 전 그 남자를 구했던 나는 20년 후 마케터가 되어 똑같이 사람 살리는 일을 하려 한다.
어떻게 사람 살리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지 그 시작을 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