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직장인의 회고 (30대여자) - 결혼 소식/내면집중

Oct 20. 2020

by 일상을 여행처럼

요즘 결혼식 한다는 얘기가 너무 많이 들려온다.

너무 짜증이 난다. 오랜만에 연락한다 하면 결혼식이다. 최근에 오래 만난 사람과 헤어지고, 소개팅도 잘 안되더니, 이런 못된 감정이 든다. 내 상황과 비교하며 패배자 같은 생각도 든다.

사실이다. 성이 난다. 최근 소개팅도 잘 되지 않았고, 30대 초반인 나는 조급함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많은 소식이 들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냈는데, 아직 인연을 만나지는 못했다. 아니 만나봤어도 끝까지 갈 인연은 못 만났다. 왜일까? 나의 어떤 점이 문제일까?

나는 상대방의 시그널을 몰랐던 때도 있었고,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수줍음이 많았다. 내 취미와 내 커리어와 내 공부가 중요했고, 때로는 나의 여행이 더 중요했다.


그렇다. 나는 20대 이후부터 여러가지 활동/모임/사람들을 엄청 만났다. 그때는 그것이 나의 활력이었고, 나의 인맥이고 나를 채워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연락처가 500명 정도로 꾸준히 채워져 있던 것 같고, 그것이 나를 유지하는 힘이기도 했다. 내면보다 밖에서 힘이나 원천을 찾았다. 집에 없는 시간들이 대다수였다. 일정을 많이 잡다 보니, 여러 스케쥴이 겹치기도 했고, 지각도 잦아졌다.


30대 초에 석사를 시작하고 마쳤을 때에도 그랬다. 주변에서는 그 사이에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지만, 나는 나의 공부와 나의 경험에 집중하며, 퇴근하고는 김밥을 한 줄 사 먹고, 스터디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집중하게 만들었을까? (그때 회사에서 제일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고, 이직 하리라 마음먹으며 공부에 전념했던 것 같다.)


그러던 나에게 나에게 잊지 못할 사건이 생겼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이 연락이 와서, 결혼을 한다고 했다. 막 학기 논문 심사 때 매일매일 정신없고 잠도 잘 못 자고 바쁜 나날들이었지만,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러 결혼식으로 갔다. 결혼식에 늦어 앉아있는 동창들에게 뒤늦은 인사를 건넸는데, 어색한 미소가 느껴졌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그런데... 겨울이어서 홀에 도착해서는 코트를 벗고 있었는데, 뒤 원피스가 스타킹과 맞물려 있었던 것이다. 전날 과제 제출하느라 잠도 잘 못 자고 늦잠을 자서 부랴부랴 오면서 옷 뒤 매무새를 살피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매우 당황스러웠다. 얼굴을 붉히며, 화장실에 가서 매무새를 다듬었다. 다행히 어두운 홀이었지만, 다수가 목격 했을 터.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내 스스로 내면이 정신없고 산만하다 느끼고 있었던 삶에서, 타인에게는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내 일상에 균열을 인지 시켜주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너무 창피하고 당혹스러워서 밥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몰랐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논문에 집착하고, 잠도 못 자고, 정신없이 사는 이유가 뭘까. 지금 내가 갈망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건강도 나빠지고 있고.... 뭔가 크게 잘 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몇 년을 나는 목표를 잃은 채 정신없이, 여기저기 발을 담그고 다니고, 몸을 혹사 시키기도 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나는 동아리, 직장인 취미 모임, 대학원 등 여러 경험을 하고, 체험도 하고, 실패와 좌절도 겪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사주에서도 가만히 못 있는 기질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그랬다.)

물론 아직 긍정적인 관점으로 날 보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균형을 잃고 넘어져 버릴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결혼이든, 연애든, 공부든, 일이든. 타인 눈치를 보고, 보이려 하지 않고, 애정을 갈구하지 않고, 칭찬을 갈구하지 않으며, 내가 내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영양분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은 내면에 집중하는 것이 외면에 집중하는 것보다 덜 생산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결국 내면에 집중하여, 중심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 내면이 먼저 굳건 해져야 외면의 실패에도 탄력성이 높아지고 잘 대처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기가 왔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것을 파악 하는 게 남들보다 시기가 뒤라고 해도) 생각하지 않고, 급하게 만 방향성 없이 돌아다니면, 사랑이든, 내 정신없음이든, 공부든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는 주제로 마구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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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다수가 있을 때 친한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야 만족하고, 나에게도 관심을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2. 무엇을 하든 함께 하는 사람들과 잘 맞아야 행복해 한다. (사람이 젤 중요하다.)

3.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이 있거나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힘들어한다. (고로 착하고 나랑 코드가 맞는 사람과 많이 만나는 것이 좋다. 좋은 말씨를 가지고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

4. 좋은 말씨, 긍정적인 말투나 말씨가 나에게 너무 중요하다.

5. 방어 기제 : 틱틱 거리고 퉁명스러워진다 -> 솔직히 표현하자. (기분이 나쁠 때는 말로써 얘기를 한다.)

6. 나는 내가 좋아하거나 맘에 들면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7. 나는 같이 즐거움 뿜뿜 하는 사람들이 좋다.

8. 나는 힘든 사람 하고는 부딪히고 싶지 않아 한다.

9. 나는 혼자서 잘하는 것이 많다.

10. 나는 한 두 사람만 친하고 마음 나눌 사람이 있어도 안정감을 찾는다.

11. 나는 해야 될 일을 미루기도 해서 작심삼일을 반복한다. (따라서 자주 계획도 세우고 자극도 해야 한다.)

12. 나는 생각이 많기에 집중하고 열정적으로 운동하거나 활동을 해야 한다.

13. 나는 예술적인 감각이 남들보다 뛰어나서 같은 것을 다르게 보고 새롭게 보는 특징이 있다.

14. 나는 엉뚱 섬에 소속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15. 나는 면접을 보면 말이 길어지고 꾸밈을 잘하는 편이다. --> 솔직하고 부족한 원래 모습을 인정하고 인간미 있는 나의 진짜 모습으로 어필하고자 하자.

16. 남자친구가 없는 공백을 잘 못견뎠는데, 점점 바뀌고 있다. 괜찮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산다.

17. 나의 도파민의 요소는 휴대폰 보기, 음악과 나 혼자 산다 쇼 프로그램 또는 드라마 이다.

->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피하기 위해 명상과 외부와의 차단을 선택하기도 한다.

18. 나는 스케쥴이 항상 빡빡한데 평일에 2개만 약속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자.

19. 과거 사람들이 떠오르고 정이 많은 편이다.

20. 딱 계획을 fix 해 놓지 못한다. (혹시 변동이 생길까 봐 직전에 약속을 잡는다)

--> 점점 바뀌고 있다. 미리 계획을 세운다. 어차피 내 시간은 내가 잡는 것이고 내 맘이 바뀌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스케쥴이 변하지 않는다. 내가 내 시간의 주체이기 때문에!

21. 내가 먼저 잘 연락하지 않는다. (솔직히 마구 보고 싶은 사람은 소수이다. 이것도 맞을 것이 나는 아는 사람이 많은 편에 속한다...그리고 새로운 모임이나 사람들을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는데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재미를 느낀다.

22. 친구나/남친에게 많은 기대를 한다. 그러기에 실망도 크다. 나는 생일 때 이렇게 했는데 쟤는 아니네 이렇게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23. 나는 일상의 현실에서 insight를 얻는다.

24. 나는 과거를 많이 돌아본다. 현재에 집중해야 함을 알고 있다.

25. 현재 내 감정에 집중하는 명상을 공부하고 싶다.

26. 나는 사람들이 나를 찾고 상담해주고 그들이 좋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기분이 좋다.

27. 나는 내가 말할 때 사람들이 귀 기울여주고 끄덕여 주는 것이 좋다.

28. 나는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29. 나는 아무 소리 없이 가만히 있는 것에 힘들어 한다.

30. 뭔가 해야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31. 나는 힘든 상황이 있더라도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32. 나는 예정된 계획이 틀어지면 순간은 안 좋아하는 것 같다.

33. 나는 불편한 얘기나 부정적인 얘기 돈 얘기는 예민한 것 같다.

34. 나는 영화나 공연에서 감정이입을 많이 한다.

35. 나는 선택을 어려워한다 -> 직감에 따르려고 A,B,C 모두 세번씩만 왔다 갔다 해보고 결정한다.

(아주 큰일 아니면)

36. 남자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열려있다.하지만 기준이 있다.

37. 새로운 정보에 관심이 많다.

38. 정보를 알면 나누고 싶어한다.

39. 대화를 좋아한다 / 유머를 좋아한다. 이왕이면 재밌는 게 좋다.

40. 좋아하는 것 : Tea/자연/한식/과일/예쁜 공간/와인/억세/극세사 이불


등등등 나에 대해 드는 생각.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본다. 추가되거나 바뀌겠지(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면 더 좋고!)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브런치 서랍에는 2020년 글이 제일 많다. 그때의 글을 회고하며, 서랍에서 꺼낸다. 이제는 공유할 수 있는 나는. 알을 깨고 나왔을지도 모른다. 더 솔직해지자 가 올해 목표라. 아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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