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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 문 Aug 12. 2023

자전거 자물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지난주 금요일 태풍이 오던 밤이었습니다.


바람은 거세게 불지만 비는 적게 오던 때,

출출해 자전거를 타고 근처 편의점을 다녀왔습니다.


돌아서 다시 집에 왔더니, 자전거 자물쇠가 없어졌습니다. 


요즘에 왜 이렇게 운이 좋지 않지 하고 느낄 때,

없어진 자물쇠는 마침표를 찍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3년 동안 한 번도 없어지지 않던, 없어질 일이 없던 그 자물쇠 말이죠.


주변에 누가 있는지 둘러볼 정도였습니다. '진짜 귀신이 붙어 있나' 하고요. 


태풍이 오던 밤, 그래서 자전거를 두 번 탔습니다. 


혹시나 해서 왔던 길을 한 번 돌아보려고요.


하늘이 눈물을 쏟듯 비는 흐르고,

바람은 춤을 추듯 뺨을 파고드는데...

이사이 저는 수십 해오던 생각을 또 되뇌었습니다.


지나간 일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났지'라고 계속 생각하는 건 

기사는 쓸 수 있어도 사람은 망가진다.


이날밤 저는 잠을 썩 못 잤고,

다음날 만원을 주고 새 자물쇠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새 자물쇠의 딱딱 잘 맞는 느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는 건

후회를 하지 말자는 게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설렘이 찾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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