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지난주 금요일 태풍이 오던 밤이었습니다.
바람은 거세게 불지만 비는 적게 오던 때,
출출해 자전거를 타고 근처 편의점을 다녀왔습니다.
돌아서 다시 집에 왔더니, 자전거 자물쇠가 없어졌습니다.
요즘에 왜 이렇게 운이 좋지 않지 하고 느낄 때,
없어진 자물쇠는 마침표를 찍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3년 동안 한 번도 없어지지 않던, 없어질 일이 없던 그 자물쇠 말이죠.
주변에 누가 있는지 둘러볼 정도였습니다. '진짜 귀신이 붙어 있나' 하고요.
태풍이 오던 밤, 그래서 자전거를 두 번 탔습니다.
혹시나 해서 왔던 길을 한 번 돌아보려고요.
하늘이 눈물을 쏟듯 비는 흐르고,
바람은 춤을 추듯 뺨을 파고드는데...
이사이 저는 수십 해오던 생각을 또 되뇌었습니다.
지나간 일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났지'라고 계속 생각하는 건
기사는 쓸 수 있어도 사람은 망가진다.
이날밤 저는 잠을 썩 못 잤고,
다음날 만원을 주고 새 자물쇠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새 자물쇠의 딱딱 잘 맞는 느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는 건
후회를 하지 말자는 게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설렘이 찾아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