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트 위에서 괜히 위축될 때가 있습니다. 시합 전에 슛이 잘 안 들어갈 때가 그렇습니다. 경기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실수를 했을 때도 그렇죠.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하는 원인은 '일신상의 이유' 입니다.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겠죠.
저의 경우 이럴 때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피하기' 입니다. 말 그대로, 상대 수비에 겁을 먹습니다. 중학교에 한 번쯤 배웠을 법한, 농구에서 가장 쉽다는 '레이업(lay-up)'도 쉽게 놓칩니다. 그저 팔만 뻗은 수비를 넘기면 되는 일인데요.
물론 농구엔 '피해서 던지는 슛'도 있습니다. 농구 용어로 '페이드 어웨이(fade away)'라는 슛입니다. 농구 황제인 마이클 조던의 전매특허죠. 림과 멀어지면서 던지는 슛인데, 상대 입장에선 타이밍을 예측하기 힘들어 더욱 막기가 힘듭니다.
문제는 '마음가짐'입니다. 자신있게 '페이드 어웨이'를 하느냐, 위축돼서 물러서면서 쏘느냐의 차이죠. 같은 동작이라도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자는 실패해도 '감은 좋다'고 생각할 수 있고, 후자는 '운도 따라주지 않네'로 이어질 수 있죠. 선순환과 악순환의 한 끗 차이입니다.
같은 동작이어도 두려워서냐 여유있어서냐는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취미 농구의 목표는 농구를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생'에서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 보는 겁니다. 이를테면, 현생에서 상사에게 할 말을 하지 못하면 이번 주 코트에선 상대에게 자신있게 부딪혀보는 겁니다. 아무 말 하지 못한 저에 대한 반성입니다. 왠지 현생에서의 모습과 코트에서의 모습이 닮아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태양을 피할 순 있지만 두려움은 뿌리 칠때까지 따라옵니다. 부상도 두렵고, 굳이 취미로 하는 농구에 '두려움을 물리치자'는 결사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현생에서 이쯤, 이 하나쯤 물러서도 되겠지하다 관계나 일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음을 생각하면, 부딪혀야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고민의 마지노선은 '마주침' 이겠죠. 사실 잘 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눈 앞의 유튜브, 인스타그램으로 도피하고 싶기도 하고, 넷플릭스를 보면서 잊어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림은 움직이지 않고,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물도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수죠. 그렇다면, 그냥 부딪히고 마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