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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 문 Mar 03. 2024

짜증이 지운 이유.

EP 5. 짜증에 관하여

오늘은 농구를 하면서 살짝 짜증이 났던 일을 고백해보고자 합니다. 짜증은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이 찾아왔을 때, 이는 감정이죠. 이번주 유독 그랬습니다. 친한 두 명과 나머지 세 명이 한 팀이 된 이야기입니다. 두 명은 친절했고, 실력도 준수했습니다. 문제라면, 그것이었습니다. 발단은 패스를 뿌리는 역할을 맡기면서도 다시 ‘리턴 패스’가 오지 않았습니다. 두 명 중 한 명에게 공을 주면, 다시 공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10분 뛰는 경기에서, 세 번밖에 슛을 쏘지 못한 이유입니다. 세 번의 슛도 끝나기 전에 아쉬워서 몰아 던졌습니다. 패스를 받지 못한다는 건 슛을 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때론 급했습니다. 밖에서 보면 팀 플레이에는 적합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슛 하나도 못 던지고 오기 억울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그때의 감정을 돌아보니, 꽤나 억울했나 봅니다. 쉬는 시간, ‘팀이랑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친한 형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제 탓이 ‘디폴트 값’인 성격이지만 남 탓을 했습니다. 오늘 농구가 잘 안 되는 이유는 ‘저들 때문이다’라고요. 10분 동안 분명 실수도 했을 거고, 잘못된 판단을 한 적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불만을 쏟아내면서도 마음이 풀리지 않은 까닭입니다.


말을 끝내고 벤치에 털썩 앉아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네 탓은 내 행복을 추구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남 탓했던 마음속엔 더 돋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었습니다. 불평이 쌓인 건 더 잘할 수 있다는 욕심이 자리하고 있었죠. 욕망과 욕심은 농구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요소입니다.



불안요소를 내려놓고 나니 농구를 하는 이유가 보였습니다. '농구 재밌게 하자'  농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농구공 소리와 뛰는 게 좋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니 경기도 잘 풀렸습니다. 풀리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코트를 하릴없이 오가도 '모닝 달리기'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빨리 뛸 수 있게 됐습니다. 잘 안 맞는 팀원도, 시원찮은 몸 상태도 농구를 하는 이유만은 방해할 수 없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기업 애플은 무엇(What)과 어떻게(How)가 아닌 왜(Why)부터 생각한다고 합니다. Why - How - What으로 사고해 아이폰이 탄생했습니다. 신념과 이유부터 확고해야 고객이 신뢰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과보다는 이유와 과정을 중시하면서 애플은 최고가 됐습니다. 애플만큼 최고가 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일의 이유를 놓치지 않는다면, 오늘보다 내일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추신 : 오늘의 짜증은 네 탓이 아니었습니다. 재밌게 하는 일은 '재밌게 하자’는 다짐,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은 '열심히 하자'는 마음, 편하게 하는 일은 '편하게 하자'는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일이 짜증을 불러일으키지 않나 싶습니다. 더군다나 플레이 영상을 다시 보니, 역시 제 탓을 하는 게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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