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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팀장님 Nov 16. 2021

VMD(비주얼머천다이저)의 흔한 새벽작업_1




3:30 AM

요란한 알람 소리,

3:35 AM

더 요란한 알람 소리,

일어나야지...

그러면서 이불을 좀 더 당겨 덮는다.

3:40 AM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알람 정지를 누르고 벌떡 일어난다...

내 다리가 내 다리인 줄도 모르게 스르르 침대를 벗어나 반쯤 감긴 눈으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며 시간을 계산하면서 눈썹을 그릴지 말지를 고민한다. 또 머리를 감는다. 아무리 새벽에 일이 있어도 머리는 감고 드라이는 해야지...

대충 옷을 입고 카카오택시를 콜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간다.


4:20 AM

아직 덜 깬 졸음을 택시 안에서나마 좀 자면 좋은데, 또 이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지도 맵과 바깥 풍경을 비교해가며 눈에 힘을 준다. 아직 춥다. 옷을 한 번 더 여민다...

어제 다운 받아 놓은 도면을 잠깐 열었다가 닫았다가... 반복하는 사이 다왔다고 결제는 하지 말라는 아저씨의 말씀에 택시에서 내리며 이 새벽에 열심히 일하시는 아저씨께 별 5개를 눌러준다.


'직원 출입구'를 찾아 신분증을 맡기고 백화점의 표찰을 달고 매장을 찾아 들어간다. 내가 하나의 화물이 된 듯 화물 엘리베이터를 탄다. 컴컴한 복도를 지나 매장을 찾는다. 인테리어 공사가 다 되고 준공청소가 완료되어 있으면 천만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먼지 자욱한 공간에서 상품을 진열해야 한다.


낮의 화려한 백화점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 친절하고 좋은 향기가 나는 곳이 아니다. 영업시간 외의 백화점은 겨울에는 이가 딱딱 부딪힐 만큼 춥고, 여름에는 온 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덥다. 공기도 나쁘다.


시계를 수시로 보며 백화점 오픈 시간인 10시 30분부터 역으로 계산한다. 상품을 배치하고, 디스플레이를 하고, POP를 정리하고, 완료하여 사진촬영까지 계산한다. 틈틈히 인테리어 하자가 있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타닥타닥,,, 옷걸이가 행거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린다.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바쁘게 폴로티셔츠나 바지를 개기도 한다. 영업 담당에 따라 음악을 틀어 주거나 음료수나 간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어떤 현장은 예상보다 빨리, 어떤 현장은 더 늦게 마무리되기도 한다. 서로가 날카로워지는 시간이다. 나는 오픈하기 30분쯤 전에 마무리하고 사진 찍는다. 여유롭게 타브랜드도 살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한 발 떨어져 우리 브랜드도 살펴볼 수 있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새벽 작업은 정말 힘들다. 어쨌든 작업이 끝나고 사진 촬영 후, 백화점 오픈 멘트와 음악이 들리고 고객들이 들어오면 긴장이 풀린다. 커피 한 잔으로 힘을 내 보지만, 눈꺼풀이 조금씩 내려온다.



새벽 진열 작업을 시간대별로 연결해 보았다




코로나로 작년부터의 작업은 더 힘들었다. 모두 마스크를 꼭 끼고 일하다 보니 앉고 일어설 때 갑자기 현기증이 나기도 했고, 여름에는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마스크 안이 흠뻑 젖었다. 그래도 일은 해야 했고 음료수 하나 나눠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해야 할 일들을 했다. 지난 여름, 진열 작업을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아 음성확인이 이틀 이내가 되어야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또, 현장에서 자가진단 키트 확인하여 음성이 나와야했다. 2차 백신까지 접종 후에야 이런 상황들은 조금씩 사라졌지만 빽빽한 스케줄 가운데 참 지치는 시간들이었다. 확진자 수가 급증할 때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도망치고 싶을만큼 힘들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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