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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휘 Aug 30. 2024

불안에게 말을 걸다.

(3) 사과 

사과      

사과를 먹으며, 나에게 사과한다.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던 그날,

나는 불안 속에 갇혀 떨고 있었다.


바람이 속삭이듯 지나가는 소리도,

어둠 속에서 나를 덮치려는 그림자로 보았다.     

사과를 한입 베어 물며, 나는 그날의 나를 떠올린다.


상큼한 향이 코끝을 스치고,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감싸는 순간,

나는 불안 속에서 힘들어하던 나를 기억한다.

     

미안하다, 그때의 나여,

인제야 깨닫는다,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작은 일에도 두려워하고,

어둠 속에서 헤매던 네가 얼마나 용감했는지.   

  

사과의 단맛이 나의 입가에 번지고,

나는 조용히 속삭인다.


미안해, 네가 느꼈던 불안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를,

그토록 약하다고 생각했던 나를 용서해다오.

     

지나간 시간 속에 숨겨진 그날의 나를,

사과를 씹으며 다시금 마주한다.


이제는 알겠다, 네가 그토록 애썼던 이유를,

불안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 했던 너의 마음을.     

사과를 먹으며, 나에게 사과한다.


불안에 떨던 나에게,

이제는 괜찮다고, 잘 견뎌왔다고.

너의 모든 상처를, 이제는 내가 보듬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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