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마우스
작고 귀여운 물건일 뿐인데
손끝에 닿으면
그건 무기가 된다.
휘둘러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내 마지막 방패,
가느다란 숨을 붙들고 있는 끈.
나는 문장을 쓰다 지우고
또다시 써 내려간다.
이 조그만 무기를 쥔 손이
흔들릴 때마다
방향을 잃은 불안이
손가락 끝에서 춤을 춘다.
세상을 겨누는 것이 아니다.
내 안의 공허한 틈새를
채워가고 있을 뿐이다.
내 불안은 마우스를 따라다니고
클릭과 함께 퍼져 나간다.
한 번의 클릭이 하나의 맥박처럼,
내 심장 박동처럼.
그래도 나는 이 작은 도구에 의지한다.
조수처럼 나를 도와
내 불안을 다스린다.
때로는 더 강한 무기가 되고,
때로는 침묵 속에 숨어
나의 시간을 감싸 안는다.
그저 불안을 담은
마지막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이 작은 무기 속에
내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