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쓰는 사과문

by 서동휘

근심이 식은 밥알마다

박힌 충치처럼

근심의 무게는 몇 톤일까

어느 노래마저

근심을 털어놓고를 외치지


불안이 지워지지 않는

연필 자국처럼

빗자루에 파리처럼 붙은

먼지처럼 마음에

나는 왜 먼지를 떨어내지 못할까


우울이 마음에 책상을 펴놓고

양반처럼,

어느새 고귀한 백조처럼 마음에

나는 왜 우울을 솎아내지 못할까.


속죄하는 마음으로 시를

써봅니다.

나는 회개조차 낯선 얼굴처럼

숨기는 죄인일까.

물 같이 맑은 희망을 노래하지 못할까

나는 시인으로 부족한 걸까.


이것은 시로 쓰는 나의

출근하는 아침처럼

내 마음이 불편한

사과문입니다.


사과처럼 달지는 않고

떫은 밤처럼 씁쓸한 그런 시입니다.

부족함이 넘치는

시끄럽고 요란한 축제의 잔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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