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흩어진 밤, 2019> 리뷰
<흩어진 밤, 2019>은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작품으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과 배우상을 수상하였다. <우리집, 2019>, <벌새, 2019>, <남매의 여름밤, 2020>을 생각나게 하는 이 작품은 부모의 이혼으로 산산조각 나는 가족을 다시 붙여보고자 애쓰는 10살 수민과 15살 진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부모의 이혼은 자신이 살고 있던 세계가 쪼개지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뇌세포가 파괴될 정도로 강렬한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에게 자신들도 힘들게 노력하고 있으니 그것을 알아달라고 강요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수민과 진호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마는 유명한 영어 학원 강사이고, 아빠는 박물관 학예연구사이다. 둘은 학원에서 강사를 하며 만났고, 아빠는 일처리가 미숙한 자신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엄마가 마음에 들었다. 이후 결혼을 하였고, 둘 사이에는 아들과 딸 하나씩 새로운 생명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나 진호의 말처럼 둘은 너무나 다른 사람이었다. 급기야 둘은 점점 서먹한 사이가 되어 결국에는 절교를 선언하는 지경에 이른다.
수민과 진호는 이제 노선을 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엄마와 아빠는 이제 각각 다른 길을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자란 진호는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엄마 쪽으로 붙는다. 수민은 노선을 정하지 못한 채 다들 왜 저러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쏟아본다. 또 친구 우찬에게 이혼한 엄마와 단 둘이 지내는 것은 어떤지도 챙겨서 물어본다.
이기적이고 욕심이 많은 엄마와 타인에게 인정을 갈망하는 아빠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혼으로 인한 가족해체를 지금과 별 다를 것이 없는 것으로, 이혼에서 아이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기며 결정에 반영하는 것처럼 포장해대기 바쁘다. 수민이의 생일을 챙겨주고, 돗자리를 챙겨 근처 공원으로 반나절 나들이를 가는 것으로 자신들의 소임을 다했다고 믿는다.
어른들은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연약하고 여린 존재에게 상처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수민에게 1) 엄마 뱃속에서 거꾸로 있었음-엄마를 고생시킴, 2) 어렸을 때 문을 잘 잠그지 않음-귀중품 도난당한 원인, 3) 예전에 아빠가 쓴 편지를 찾아 엄마에게 전해줌-엄마 책장을 함부로 뒤짐, 4) 서운한 마음에 먹던 샌드위치를 내려놓음-밥 먹을 때 딴짓을 함과 같이 이해할 수 없는 잘못을 꼬집으며 너무 쉽게 아이를 질책한다.
그러나 수민이가 없어지면, 엄마와 아빠는 함께 힘을 모은다. 물론 수민이가 없어진 상황에 대해 엄마와 아빠는 서로의 탓을 하기 바쁘고, 역시나 아이에게 자신의 편을 들라며 채근한다. '애도 낳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엄마와 아빠의 대화를 수민이 듣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수민이가 그토록 원했던 그림이 자신이 없어져버려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