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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영낭자 Nov 15. 2016

어른들은 몰라요

내 남편의 육아법

"어른들은 몰라요~핸드폰만 알아요~" 

장난감을 갖고 놀던 녀석이 난데없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멜로디는 익숙한데 가사는 뭐다냥~.

"방금 뭐라고 노래한 거야?" 

내 물음에 녀석이 아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노래한다. 

"어른들은 몰라요~핸드폰만 알아요~!" 

아... 이럴 수가! 정말 기가 막힌 비유다. 정곡을 팍팍 찔린 기분이다. 

"희운아, 그 노래 어디서 배웠어?"

"배운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부른 거야."

(정말? 우리 애는 천재인 건가.. -_-;;)

애 앞에서 웬만하면 스마트폰 쓰는 걸 보여주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어쩔 수 없이 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화나 카톡, 페북은 기본. 

가끔 장거리 여행을 갈 때면 유튜브에서 '숫자송'이나 '뽀로로 노래교실' 같은 걸  보여주곤 했는데... 

이렇게 보니 '종종' 쓰는 게 아니라 '자주' 쓰는 편이구나. 

알게 모르게 (아니, 알면서도!) 애 앞에서 핸드폰 쓰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준 것 같다. 

'그래도 난 평소 식당 같은 데 가서 애한테 휴대폰 쥐어준 채 밥 먹지는 않아!' 

이렇게 위안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이미 아이의 시선에서 난 '핸드폰만 아는' 엄마가 돼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아빠 책임도 크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은 채로 모바일 게임을 즐기던 남편의 자태가 내 눈에 딱 걸렸다.

"당장 스마트폰 내려놔, 당좡!"

남편은 하던 게임을 곧 멈추고 일어선다. 남편은 스마트폰을 안 쓸 수는 없다고 늘 말한다.

하지만 필요할 땐 '즉시 멈춤'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즉, 절제력을 갖추는 것이다. 

나와 남편은 스마트폰에선 그 점을 실천하려고 애쓴다. 

아이가 '놀자~'라고 하면 즉시 하던 폰질을 관두고 응수해주자는 게 남편의 생각이고

나는 그보다 앞서 아이 앞에선 되도록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말자는 주의다. 

하~ 쉽지 않지만 어쩌랴. 어른들은 핸드폰만 알아요~라고 노래하는 아들 녀석 앞에 

마음을 다시 다잡아 본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장난감만 사주면 그만인가요
예쁜 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알약이랑 물약이 소용 있나요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세요
사랑해 주세요. 

그래.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아이와 놀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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