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며
"올해는 더 많은 좋은 일들이 생길 거야."
/"그럼."
/"우리 작년 이맘 때도 이런 말 했었던가?"
/"그랬지."
2017년 1월 1일.
지인과의 즐거운 만남 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과 나눴던 대화다.
우리는 거의 매해 주문을 걸듯 "올해는 (작년보다) 더 좋은 일들이 생길 거야."라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물론, 좋지 않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좋지 않은 일은 내 기억에 남을 만큼 나쁜 일이 아니었다는 증거 이리라.
매년 이맘때쯤, 나는 일 년 동안 수시로 썼던 일기들과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며
좋았던 일, 행복했던 순간, 기념할 만한 날을 정리해 일기를 쓴다.
올해는 단연 둘째를 출산한 날이 최고로 행복하고 좋았던 날이고
칠순 맞은 시어머니 모시고 가족여행을 간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 빅 이벤트 말고도 좋았던 날은 무수히 많았다.
따뜻한 봄날 동생들과 공원에서 돗자리 펴놓고 도시락 까먹던 날,
큰 녀석에게 별 거 아닌 간식(가래떡구이)을 해주고 뜻밖에 '엄마 최고!'라는 칭찬받은 날,
운전 연수를 마치고 처음으로 혼자서 자가 주행에 성공한 날,
윗집 엄마가 새로 생긴 꽈배기 집에서 샀다고 2천 원어치 꽈배기를 사다준 날,
눈이 많이 내린 날 밤늦도록 아들과 눈사람을 굴린 날,
애들 재우고 남편과 함께 보고 싶었던 스릴러 영화를 보고 잔 날,
장염으로 고생하다가 먹고 싶었던 음식을 실컷 먹은 날 등등...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들.
무엇보다 올해 가장 좋았던 일은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들이 험한 사고당하지 않고
큰 병 걸리지 않고 무사히 곁에 있는 것.
그러니 2017년 올해도 참 좋은 해였다.
2018년 1월 1일에도 우리는 또 희망할 것이다.
"올해는 더 많은 좋은 일들이 생길 거야."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