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강한 보랏빛으로 물든 창 앞에 멈춰 섰어. 불 꺼진 집 안은 고요해. 하지만 아직 잠들진 않았는지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어. 산타가 엄지와 검지를 마주 비벼 ‘딱’ 소리를 내자 선물 주머니에서 예쁘게 포장된 선물 하나가 튀어나왔어. 정교한 리본 매듭 아래에 ‘이믿음’ 이라고 쓰인 카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 평소라면 그대로 머리맡에 놓고 나오면 되지만 오늘은 특별한 게 하나 더 필요해. 산타가 있다는 증거를 남겨야 하지.
선물을 들고 믿음이 방으로 들어갔어. 믿음이는 엄마와 누워 얘기 중이야.
“엄마, 산타할아버지께서 언제 오실까요?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산타가 있다는 증거를 꼭 가져가고 싶은 믿음이 목소리가 간절해졌어.
그 마음에 엄마는 또다시 대답해 줬지.
“좀 더 기다려보자. 믿는 대로 이루어지는 법이야. 엄마는 그렇게 믿어.”
확신을 주는 단단한 엄마 목소리에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 그렇게 도란거리는 믿음이 귓가에 산타할아버지가 작게 속삭였어.
“믿음아! 메리 크리스마스!”
그 속삭임에 마법처럼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믿음이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어렸지. 잠에 빠져드는 믿음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도 속삭였어.
“좋은 꿈 꾸렴. 믿음아.”
곧이어 엄마도 졸음을 참지 못하고 스르르 잠이 들었어.
옆에서 잠드는 모습을 바라보던 산타가 믿음이에게 다가갔어. 그리고는 분주하게 준비를 했어.
긴 수염을 한번 정리하고 산타 모자도 반듯하게 다시 썼어. 살짝 흘러내린 허리벨트도 다시 조여 주고는 한 손에 선물을 들어 올리고 허공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지. 그 순간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 한 장이 허공에서 튀어나왔어. 자석처럼 발에 착 달라붙을 슈퍼 축구공을 들고 웃고 있는 산타와 고롱고롱 숨소리를 내며 잠든 믿음이의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지. 그 사진은 천천히 떨어져 내리더니 ‘이믿음’ 이라고 쓰인 카드 아래에 가만히 내려앉았어.
이건 사람들의 믿음과 소망으로 만들어지는 산타마을과 산타 마법을 위한 특별 이벤트야. 산타가 있다는 증거를 남겨서, 요상한 힘으로 산타의 힘을 약화시키는 노래에 맞서기 위함이지.
믿음이 좋고, 산타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렇게 선물은 잠든 믿음이 머리맡에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반짝 빛나고 있었어.
<산타가 남긴 카드>
믿음아, 사진은 마음에 드니? 내 눈에는 멋진데 (특히 수염이 아주 풍성하게 나와서 마음에 쏙 드는구나.) 믿음이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구나. 내년에도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는 믿음이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으마. 메리 크리스마스!
- 산타할아버지가.
아차차, 잊어버릴 뻔했네. 믿음아! 사진은 몰래 찍지 말고 물어보고 찍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이 산타처럼 네 마음을 알 수가 없거든. 알겠지? 꼭! 꼭! 약속!
믿음이 집을 나온 산타는 부지런히 달려 이 집, 저 집 선물을 나눠주고 있어. 루돌프 지도에 새겨진 순서에 따라 빛 무리를 뿌리며 밤하늘을 수놓고 있지.
썰매 위에서 내려다본 땅 위에 회색 점이 찍힌 집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어. 그때마다 산타 표정이 살짝 굳어져. 그 회색 점은 산타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집이거든. 산타 마법은 믿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나오는 거라 믿지 않는 사람 집엔 산타가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어.
“부디 내년엔 무지개로 반짝이길!”
회색 점들을 바라보며 산타가 외쳤어. 내년엔 더 많은 무지개가 빛날 거라 굳게 믿으면서 말이야.
흥겨운 캐럴송에 맞춰 엉덩이를 들썩이는 순록을 재촉해 가며 온누리에 빨주노초파남보 희망을 속삭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