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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미 Oct 29. 2020

꽃집의 강아지는 예뻐요

꽃집 강아지 쥬리

결혼 전부터 기르던 개가 있었는데 친정에 놔두고 시집을 갔다.


요즘은 결혼을 해도 함께 데리고 가지만 그때는 나의 개라는 생각보다 집에서 기르는 개라고 생각했고 형제들도 나만큼 개를 좋아해서 특별히 ‘ 내 개’라는 개념이 없었다.


나는 주택이 아닌 아파트로 신혼살림을 차린 데다 친정에 가면 언제든 만날 수 있기에 더욱 그랬다.

일 년 후  임신을 해서도 집에 갈 때면 개는 여전히 나를 반겼고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개를 끌고 산책을 나갔다.


첫 아이를 낳고 돌이 지난 후 남편을 따라 시댁이 있는 부산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는 육아도 힘들고 부모, 형제, 친구도 없는 타향에서 외롭고 답답하여 개를 떠올릴 여력이 없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서울 친정에 자주 가고 며칠 씩 지내다 오곤 했는데 아이들도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

아마도 나를 닮아 그런지 아이들은 크면서 본격적으로 집에서 개 한 마리만 기르게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당시 아파트 상가에 꽃집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곳에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생겼다. 하얀색과 노란색 털이 섞인 작은 발바리였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꽃집으로 달려가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강아지와 놀다 왔다.


주인은 일이 끝나면 상가에 문을 닫고 개는 놔둔 채 집으로 간다고 했다.

하루는 아이들이 강아지를 며칠만 빌려 달라고 하도 졸라 대어 내가 직접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 집에 데리고 왔다.


밤이면 혼자 어두컴컴한 상자 속에서 울며 지낸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는데 우리 집에서도 과연 밤이 되자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밤이면 그 강아지를 품에 안아서 재웠다. 그러면 갓난아기처럼 울음을 뚝 그치고 해가 뜰 때까지 정신없이 잠을 잤다.


약속한 날이 다가오자 아이들과 나는 그 강아지가 보내기 싫어져 눈물로 꽃집 주인에게 아예 우리를 달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꽃집의 강아지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시집올 때 두고 온 개가 친정엄마가 이름 지은 ‘쥬리’라는 개인데 나이가 제법 많았다.  

어느 날 쥬리를 잃어버렸다는 소식을 부산에서 듣고 나는 무척 속상해했다. 남동생은 골이 나서 한동안 엄마와 이야기도 안 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개가 나이가 많아 죽을 때가 되면 스스로 집을 나간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그 개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남아 있어서 꽃집 강아지 이름을 쥬리라고 붙여주었다.

우리에게 센 1, 2, 3 이 있듯이 쥬리도 1, 2가 탄생된 셈이다.


1호 쥬리와 딸 아이들 그리고 조카 (아쉽게도 2호 쥬리 앨범은 못 찾고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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