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어린 한 마디에 눈물로 무너지는 손님을 바라보며
멀리서 창구 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에서부터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손님들이 있다. 자리에 앉아서 정보조회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무슨 일로 오셨냐는 나의 질문에 아주 태연하게, 오히려 조금은 강하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자신의 채무와 빠듯한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 털어놓는다.
“아이고, 고객님 그동안 어떻게 버티셨어요... 너무 고생 많으셨겠어요.
충분히 손님이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귀로 주어 담으며, 최대한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마음을 전하면 그 순간부터다. 그렇게 강하고 무엇이든 이겨낼 것 같았던 분이었는데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고 엉엉 우는 어린아이가 되어 내 앞에 앉아 있다.
아마 그 어디에서도 ‘그동안 고생했고 잘해왔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겉으로 너무나도 태연하게 웃으면서 모든 역경을 억척스럽게 헤쳐나갔을 테니까. 그래서 다들 괜찮은 줄 알았을 테고, 그걸 또 알았기에 주변 사람들, 지인, 가족들에게 당신의 채무와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 절대로 털어놓지 못했을 테니까.
그렇게 여리고 연약한 마음을 딱딱한 갑옷으로 지켜왔던 손님은 오늘 처음 본 책상 너머의 어떤 여자의 진심 어린 한 마디에 결국 지금까지 지켜온 것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어쩌면 이런 순간이 언젠가는 오기를, 그래서 당신이 짊어져온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라왔을지도 모른다. 그저 속 시원하게 울 수 있는 계기가 없었을 뿐. 그리고 그렇게 지켜온 것들을 발끝만큼도 헤아릴 수 없는 나는 그저 묵묵히, 괜찮다는 눈빛으로 조용히 휴지를 건네며 모든 감정을 풀어놓고 후련하게 고요해지는 순간까지 기다린다.
“이제 조금 괜찮으세요? 방법이 있으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고,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감사하다는 말조차도 제대로 내뱉지 못할 울컥거림과 뭔지 모를 안도감. 그리고 마음속 응어리가 풀어지는
듯한 시원함과 해방감. 별 것 아니지만 진심이 담겨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가닿게 되어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운다.
내 책상에서 손님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는 항상 넉넉한 휴지와 거울이 놓여 있다. 다른 건 못 해 드리지만 적어도 이 공간에서 충분히 울어버리고, 털어놓고 가실 수 있기를. 그리고 마지막엔 다시 옷매무새와 얼굴 상태를 거울로 체크하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