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르게 해결할 수 있나요?
대출, 채무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케이스 중 하나가 ‘가족이 모른다’ 유형이다. 소득도 충분히 있고, 다른 어떤 특별한 일이 생겨서 돈이 필요했던 것도 아닌데 대출은 많고. 그런 경우 대부분은 ‘배우자가 모르는데요’를 실토한다.
“배우자가 제가 대출받은 사실을 전혀 모르는데, 제 월급으로 갚아나가는 게 한계가 와서 연체 생길까 봐 무서워 죽겠어요.”
“제가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데, 저희 엄마 아빠가 이거 아시면 진짜 큰일 나거든요. 집에 우편 같은 거 올까 봐 걱정되어서 상담받으러 왔어요.”
처음에는 ‘아니 어떻게 가족 모르게, 부모님은 그렇다 쳐도 배우자 모르게 이렇게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지? 우리 남편도 나 몰래 대출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퇴근 후 쉬고 있는 남편을 들쑤시기도 했었다. 다행히(?) 남편은 나 몰래 빚을 질 생각조차 없는 사람이었다.(정말 감사한 부분)
그 정도로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항상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이고 어떡해요.’를 연실 남발하며 상담에 임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자주 그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 ’ 여기 또 비밀 대작전을 펼치러 오신 분이 계시네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리고 나는 그 작전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서 연체가 생기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는지, 배우자 또는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안심시켜 드리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대부분은 ‘이유 없는’ 대출인 경우가 많다. 보통 생활비로 썼다고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를 다니면서 생활비로 그렇게 큰 빚을 지다니, 같은 직장인으로서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된다. 아마도 무분별한 과소비가 그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또 그중에 안타까운 분들도 있다. 친정 엄마 병원비, 여자친구 차 사고 해결 비용, 부모님 연락인 줄 알고 당한 보이스 피싱.
그런 분들은 어디 가서 얘기도 못하고 나한테 찾아온다. ‘어쩌겠어요, 제가 갚아야죠. 그런데 이자가 너무 비싸서 어떻게 방법 없을까요?’ ‘가족 모르게 해결할 수 있나요?’ 흔들리는 눈빛과 초조한 손가락이 ‘제발 해결할 수 있다’는 답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면 안도의 한숨, 해결이 어려운 경우엔 망연자실하며 고개를 푹 숙인다. 아마 가족들이 알까 봐 두려운 마음도 스멀스멀 찾아오겠지. 말없이 돌아서는 손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되새긴다. 모르는 번호는 받지도, 문자를 눌러보지도 말자. 가족이 모르게 그 어떤 것도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