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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r 21. 2022

피가 거꾸로 솟는 건강미 플라잉요가

내 손발은 사계절이 없다. 늘 동계 올림픽이다. 남들이 시원하다~ 외칠 때 어금니 떨림을 자제하며 등이 오그라드는 걸 진정시켜야 한다. 출근 다리는 퇴근  곱배기로 되돌아온다. 말린 어깨와 구부정한 골반은 통증을 불러온다. 하루 일과 디저트로 불가마와 경락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 욕구를 채워 바로 플라잉요가다.   


몸을 거꾸로 뒤집는 자세가 그렇게나 건강에 좋다는데, 특히 나 같은 척추질환자는 중력을 거스르는 절호의 기회인데 이 나이 이 때까지 경험한 적이 없었다. 휘트니스센터에 뒤집는 기계가 지만 나이듦의 증표 같아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뒤집어진 내 눈과 또 다른 눈이 마주친다 생각하니 눈골이 오싹하다. 세상을 거꾸로 보는 자세가 마음 속 한 켠에 로망이었다.


플라잉요가는 천장에 매달린 실크(해먹) 이용해 몸을 뒤집는 동작이 많다. 다함께 박쥐도 됐다가 원숭이나 개구리도 된다. 뒤집어진 눈들이 빼꼼빼꼼 바라봐도 민망할 것 없이 건강만 챙긴다. 살면서 척추를 앞뒤좌우로는 수도 없이 움직이지만 머리와 발이 뒤바뀔 일은 거의 없다. 척추가 중력에게 먹잇감을 갖다바치는 꼴이다. 플라잉요가는 뒤집기만 해도 롯데샌드 같던 척추가 마카롱만큼 넓어질 수 있는 대박 찬스다.


마카롱 척추가 플라잉요가에 빠지게 된 계기다. 남들은 팅커벨 동작과 같이 공중에서 쭉쭉 뻗어 올린 우아한 동작에 반했다는데 난 배트맨 같은 박쥐에 이끌렸다. 아, 미끼 하나가 더 있었다. 해먹 안으로 쏙 들어가 해변가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것처럼 발라당 드러눕는 거다. 해먹 바깥에 '노터치(no touch)', '렛잇비(Let It Be)' 팻말이라도 걸어두고 싶었던 평온함을 느꼈다. 엄마 자궁 속 태아처럼.  


피를 거꾸로 솟게 만드는 매력은 플라잉요가의 걸음마에 불과하다. 해먹으로 몸을 옭아매는 동작은 그야말로 '아픈 만큼 성숙'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다리통의 붓기와 셀룰라이티스를 제거해주는 건 물론 우리몸의 쓰레기통으로 불리는 림프선도 자극한다. 해먹은 내 몸 청소기다. 공중에서 예술작품까지 연출하니 해먹은 아름다운 구속이다. 퇴근하면 나무꼬챙이라도 코끼리 다리와 오징어 어깨에 압력을 행사하고 싶다. 몸을 해먹에 기대거나 묶으면 비교도 안 되는 압력이 가해져 자고 일어난 몸 상태가 된다. 가슴을 옭아매는, 무언가에 얽매이던 감정마저 스르르 풀어진다.     


플라잉요가라 해서 공중부양만 하는 건 아니다. 근력과 유연성, 신체균형, 수련 등을 겸비한 운동이라 해먹으로 할 수 있는 동작은 무궁무진하다. 눕고 앉고 서고 나는, 자세만으로도 벌써 4가지이니 관련 동작은 얼마나 다양하겠는가. 바닥에서는 해먹의 도움으로 강도 높은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을 할 수 있다. 해먹을 허벅지에 감아 높게 올라가는 동작은 코어, 등근육, 유연성 코스다. 기껏 올라왔는데 바닥까지 가서 새로운 동작을 하기보다는 내려가는 길에 다양한 동작들과도 연결된다.


해먹을 풀면서 내려와 또 다른 동작과 이어지면 땀이 한 바가지다. 그 자체로 근력과 유산소 운동이다. 동작을 잘 따라해야 운동이지, 말 길 못 알아듣고 풀면 덫에 걸린 동물 꼴 된다. 해먹에 발목 하나 잘못 걸려들면 푸는 건 노동이다. 덫에서 탈출하는 게 힘들어서라도 선생님 말에 정신 바짝.


플라잉요가는 인간 실뜨기다. 묶고 풀리는 과정이 흥미롭다. 인생 실마리를 푸는 것처럼, 베베 꼬인 내 마음을 푸는 것처럼. 답답한 속도 회포 푼다. 플라잉 지도사 시험 준비할 때 동작 티칭을 외우느라 하도 연습했더니 혈색과 몸이 왜이리 좋아졌느냐는 말을 들었다. 몸을 칭칭 감는 게 특효약임엔 틀림 없다.   


플라잉요가는 현실을 벗어나 날고 싶은 욕망까지 풀어준다. 어려서 그렇게나 갖고 놀았던, 우리집 장난감인 실뜨기가 떠오른다. 그러고보니 어려서 줄기차게 듣던 음악도 <플라이 투더 문>.  


플라잉요가는 피만 거꾸로 솟는 게 아닌 추억 필름도 거꾸도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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