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저녁 회식이 두 번 있었다. 1급 실장 인사발령으로 환송회와 환영회가 있었던 것. 새로 오신 실장님은 일일이 직원들 테이블을 돌며 인사와 격려를 나누었다. 우리 테이블로 실장님 등장. 함께 앉은 이들에게 내 소개부터 했다.
"이 팀장은 10년 전에 나와 같은 부서에서 일했는데 '책임감'이 갑이다. 가장처럼 역할을 책임있게 해내더라(그 당시 부서에서 여직원은 나 혼자, 전부 남성이었다)."라며 이어지는 멘트는
"술로도 당해 낼 자가 없다!"
10년 강산이 변하는 동안 저도 덩달아 변했는데요!, 라는 말은 속으로만 한 채 업데이트 되지 않은 정보로 기분좋게 넙죽넙죽 소맥(소주 맥주)을 들이부었다. 회식은 굵고 짧게 깔끔하게 마무리 됐고 헤어지는 타이밍에 실장님이 한마디 더 했다.
"거봐. 이 팀장, 이 양반은 끄떡 없지? 흔들림 전혀 없잖아."
내가 뭘 마시긴 한 건가, 라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으니 실장님이 맞게 보셨다. 내 몸을 실험하고 연구하는데 몇 년을 쏟아부은 나머지 간만에 술을 밥처럼 퍼 먹었다. 큰일나겠다 싶었는데 변치 않았던 것.
그런가 하면,
죽어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게 변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필라테스를 작년말 처음 접하고 금년 5월 '롤오버' 동작을 접했다. 척추의 분절 운동으로 마디 하나하나를 '롤'처럼 말아 올라오는 것. 몸이 롤케익이 된다는 건 다른 운동에서 맛 볼 수 없는 필라테스만의 꽃이 아니던가. 감탄도 잠시, 멋있지만 내 것이 될 수 없는 롤오버였다.
드러누운 척추 중에 목(경추) 말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일어날 수가 없다. 오리엔탈 필라테스의 멘토인 오은영 대표님과 이가람 부원장님에게 부족함을 떠나 불가능의 동작이 '롤' 시리즈이니 양해를 바란다며 실토했다.
40대고 20대고, 척추관협착증이고 정상이고, 척추측만이 있고 없고, 어깨가 말리고 아니고, 흉추가 들려 플랫하고 아니고, 골반이 틀어지고 아니고... 나와 다른 사람과의 차이는 이것밖에 없는데, 똑같은 인간인데...왜?도대체 왜?
6.1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자기 전에 매일 10번이상 '롤오버' 시리즈를 연습했다(취중에도). 뒤에서 누가 밀어주었음, 앞에서 누가 팔을 당겨 주었음, 척추의 모자람을 목과 어깨, 허벅지가 보상하느라 결리고 뻐근하고 '때려치워 말어'의 독백이다가,
습관 달력
척추와 복근과 엉덩이, 햄스트링의 협력으로 드디어 심봤다! 일단 일어나기만 하자. 하나가 되면 둘, 셋 해나가는 건 시간문제...
신이 누운 병자를 벌떡 일으켰듯이 이젠 사람이나 기구의 부축 없이 혼자서도 잘해요가 되었다. 오늘이 7월10일이니 40일의 기적이란 이런 걸까. 바닥에서 올라오는 순간 아들이 시험공부를 하든 말든 양팔 만세로 "심봤다! 신봤다!" 소리로 지붕 날아갈 뻔 했다.
술 역량은 변하지 않아 좋고 몸 역량은 변해서 좋다. 잘 하는데 하지 않고 못 하는데 하는 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역시 인간은 타고난 재능은 보존하는 항온동물인 동시에 열정 온돈로 재능이 변하는 변온동물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