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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ul 23. 2022

내 몸은 거꾸로 간다

몸 쓰니 글 쓴다

2030년에도 지금처럼 2030세대와 어깨를 나란히 운동을 즐기는 게 목표다.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세대 간 틈바구니를 꿰매는 게 낀 세대로서 내가 움직이는 이유다. 우리 집은 3대가 같이 산다. 70대, 40대, 10대. 집에서 내가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에 10대들은 헬스, 클라이밍, 필라테스, 플라잉요가를 함께 하게 되었다. 70대는 헬스와 힙합댄스, 에어로빅, 걷기를 한다. 오히려 70대에 내가 밀린다. 전국구 대회에서 힙합댄스로 1등상을 여러 번 받고, 하루도 빠짐없이 10km를 걸으니. 40대가 마흔 넘어 시작했듯이 70대도 일흔 넘어 시작한 공정한 게임인데 말이다.             


너무 늦은 나이도, 뒤늦은 때라는 것도 없다. 현 직장에 20년 넘게 다니면서 강산이 두 번 변할 때 내 몸도 틀어지고 삐뚤어졌지만 제자리를 찾다 못해 더 강력해졌으니. 회사에서 50대 부장님들도 30대 직원들도 딴 사람의 몸이 되어가고 있다. 몸이 되면 시간도 거스른다. 불가능도 가능케 한다. 보다 더 빠르고 보다 더 정확하게. 몸에 달라붙는 거라고는 팬티스타킹만 알고 살던 내가 40대가 돼서야 레깅스란 것도 걸쳐보고 거리를 쏘다닌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결과가 같더라도, 몸 상태에 따라 삶의 빛깔은 천지차이다. 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 삶의 질을 위해 몸을 최적화시킬 뿐. 몸이 최적화 되면 삶은 절로 다이어트 된다. 다리를 절며 나 좀 살려달라고 PT(개인트레이너)에게 사정사정했던 내가, 운동을 가르치고 있으니 몸의 관상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관상이 바뀌면 운명이 변한다는 말, 이젠 믿는다. 내게 반하던 몸이, 내가 반하는 몸이 되었다. 땅만 보던 내가 이제야 하늘 본다.


난 의학박사도, 운동 전문가도 아니다. 타고난 몸 유전자와 금수저를 쥐고 태어난 것도 아니다. 부모 모시고 아이들 키우며 돈벌이 하는 아줌마로서, 보통 이하이던 사람이 보통수준을 넘겼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가족이 생각나는 것처럼 나같은 사람, 아니 더 가능성이 열린 이들이 떠올라 글을 쓰게 되었다. 오프라인으로 전달하는 건 비둘기가 편지를 갖다 주는 것과도 같으니.      


뭐라도 좋다. 일단 움직여 보자. 나와 케미가 맞든(줌바댄스), 맞지 않든(폴댄스) 간에 움직이다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새로운 길이 열린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나와 케미가 맞고(아침에 먹은 달걀), 안 맞는(저녁에 먹은 달걀) 게 있듯이. 몸의 투자는 부동산보다 더한 재테크다. “일단 한번 먹어보라”는 약장수나 “마감 임박”을 외치는 홈쇼핑처럼 절대 과대광고가 아니라는 걸 ‘100% 보장’한다.  

     

도배되는 뉴스가 날 더욱 부추겼다. 책임감이 들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각종 전염병과 자연재해가 그렇고 청년들의 실업과 캥거루족까지 이어지는 고령화가 그렇고 장기근속을 자처하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그랬다. 나를 무장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진정한 ‘일상회복’은 환경에 의한 것이 아닌 몸의 ‘회복 탄력성’이라는 걸 어필하고 싶다.      


20-30대에 미리 했더라면 내 몸을 더 이상 학대시키지 않고 맨 정신으로 살아낼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부모는 못 먹고 자랐어도 자식이 잘 먹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기쁘니까. 어차피 이제 20대 맛을 느끼니 함께 장단 맞춰 살면 될 일이다.     


숨겨진 가식과 형식적인, 후줄근했던 정장을 벗어던지고 ‘나’를 대변하고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레깅스에 몸을 맡기게 된 사유. 이제 몸도 풀었으니 본 운동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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