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시퀸 이지 Aug 26. 2022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다는 착한 척은 이제 그만(3)

속은 몸이고 정신이고 마음이고 간에 잿빛인데 겉으로는 열심히 하는 척, 일 잘하는 척, 강한 척을 한 게 문제라면 문제지 누굴 원망하고 무엇을 탓하랴. 돈, 승진, 명예라는 욕심 품고 괜찮은 척 했던 내 안의 ‘3척동자’가 문제지. 내가 그럼 그렇지.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나 자신이 과녁판이 되어 화살 역시 열심히 쏘아댔다. 거울 속 나와 눈도 마주치기가 싫었다. 자신을 보호하는 면역세포인 자신감과 자존감은 바닥나기 일보직전. 제 살 깎아먹는 자가면역세포의 암 덩어리를 끌어안고 사는 듯했다. 평생 이렇게 살판인데 100세시대고 자시고 수명이 절반이었으면, 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어딘가. 이제 지하실 집에 살지 않는 것도 어딘가, 집 밖의 공용 화장실을 쓰지 않는 것도 어딘가,.. 의지력을 쥐어짰다. ‘감사’를 종용하는 현실이 싫으면서도 할 줄 아는 건 순종 밖에 없었다, 겉과 속이 다른 괴리감이 세상에는 나 혼자라는 독도병을 만들었다. 이 병조차 티 안 나게 앓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상 활달하고 긍정적이었으니 스쳐 지나는 감기처럼 앓으면 그뿐이었다. 


몸과 마음에 잡념이 잔뜩 들어찬 채 고개 돌려 멍하니 식구들을 바라보았다. 아들은 틱장애에 비만, 대인기피, 질녀는 긴장형 만성 두통에 기형종으로 응급수술을, 어머니는 심장발작으로 응급 전기 충격을, 아버지는 술로 쓰러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어쩌면 속이 터질듯 한 게 얼굴로, 심장으로, 난소로 표현된 건 아닌지. 속이 타들어 가는 걸 알콜에게 털어놓은 건 아닌지. 우린 모두 표현에 서투른, 참는 게 습관이 된, 괜찮은 척에 익숙한 사람들이었을지 모른다. 곪은 게 터져버린 것일 수도.  

*기형종: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에서 유래한 조직이 혼합되어 생긴, 구조가 복잡한 혼합 종양(네이버 어학사전).      


내 몸이 이렇다고 식구들까지 평생 아프게 살 순 없는 노릇이다. 내가 벌지 않으면 다들 제대로 먹지도 못할 텐데 일으키려면 내가 먼저 일어설 수밖에. 비행기 사고가 났을 때 산소마스크도 아이보다 엄마를 먼저 씌우지 않던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가 내 가족 건드렸냐며 주먹 불끈 쥐는 영화 속 주인공도 되었다가 내 새끼 건드려 으르렁대는 동물의 세계 주인공도 되었다가 조급증과 불안증이 몰려왔다. 세상이라는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라는 경고창이다. 내가 기운 차리지 않으면 도미노가 될 판이다. 나부터 일어서고 보자. 그 생각이 내 몸을 움직였다. 




© Jiji Mu Ng, 출처 OGQ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