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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pr 19. 2020

몸으로 정면승부 하고 싶다면 가슴에 투자

- 등 떠밀리지 않고 가슴으로 정면 돌파! -

상반신 큼지막한 근육으로, 등에게 바통 넘겨받은 가슴 운동 차례가 왔다. 그럼 그럴 것이다. 그 사이에 있는 어깨는 무엇이냐고. 어깨는 가뜩이나 환자도 득실득실한 구간 아니냐며. 그렇다. 어깨는 가슴과 등 근육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교통방송에서 흔히 듣는 나들목 분기점 같다. 상점에 문 열고 들어갈 때 ‘미시오’와 ‘당기시오’가 있다. 밀고 들어가면 가슴 근육이 움찔하고 당겨 들어가면 등 근육이 찔끔한다. 난 밀기 좋아하고, 남들보다 나은 점 하나를 굳이 찾자면 미는 힘이니 어깨운동은 가슴에 붙인다.      


내 몸에서 가장 먼저 아우성 친 부위는 하체다. 신경차단술과 하지정맥류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다. 하체가 바른 생활을 영위하고자 사무실에선 책상 밑에 붙은 키보드 트레이를 뗐다. 집에서는 노트북만 이용한다. 엉덩이가 오리 행세를 했다가는 하체가 또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어서다. 하체만 신경 쓴 것에 샘이 났는지 상체가 말썽이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앉듯이 키보드를 책상에 앉혔더니만 상체 통증으로 불이 붙었다. 피가 거꾸로 솟을 일처럼 통증이 거꾸로 솟았다.      


어깨에 뽕 들어간 것 마냥 키보드를 두들기니 어깨부터 시작해 통증이 상반신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어깨가 분기점이긴 하나 보다. 통증은 교통체증도 없이 원활한 흐름이었다. 하체가 지나온 길을 그대로 밟았다. 주말마다 어깨에 주사를 맞았다. 주변에선 주사 맞는 걸 잘도 참는다 하겠지만 약물 침투력보다 통증이 한수 위였다. 나의 인내심은 한참 하수라 호들갑 떨어 주사도 맞고 경락마사지도 받고 흐르고 흘러 이렇게 운동 종점까지 왔다.      


혼자 호사를 누리는 동안 주변은 어깨에 암반을 키우고 있었다. 그들 가슴은 그 암반에 끌려 다녔다. 가족부터 챙기는 어머니들이 그랬고, 헌신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그랬다. 한을 품어 서리 내린 건지 그들 어깨는 통증으로 집단시위를 하고 있었다. 통증은 그들 어깨를 말려들어가게 한 것도 모자라 가슴은 움츠려들게 하고, 팔은 들어 올리지도 못하게 했다. 가슴운동은 하체와 등에 이어 3순위지만 감성운동으로 변질된 나머지 내겐 최고 자리가 되었다. 고개 숙인 어깨들을 떠올리며 단 하루도 빠짐없이 팔을 밀었고, 이렇게 글도 쓰게 되었다.      


벤치프레스 사진과 무관한 가슴운동...3개월 파견근무로 운동 휴식 후 재개한 첫 날...잊지 말자! 쉬면 다시 데피기 힘들다는 사실을...

   

가슴운동으로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다. 헬스장에서 긴 의자에 누워 역기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았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허리는 주먹 들어갈 정도로 공간을 띄어 남대문을 만든다. 등과 균형 맞춰 고정한 뒤 양 손에 들린 기구를 가슴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균형 맞춘다는 데서 눈치를 챘겠지만 가슴 뿐 아니라 상체 근육 대부분을 건드리기에 남대문마냥 가슴운동의 국보급이라 할 수 있다.      


집엔 벤치가 없어 폼롤러(긴 원통형 도구)에 드러누워 덤벨(아령)을 이용해 하고 있다. 폼롤러는 등과 허리를 잡아줘 가슴근육에 집중할 수 있어 좋고 기댄 등에 안마까지 해 주어 좋다. 아령 든 손이 가슴 양 옆에 있을 땐 건널 수 없는 강이 된다. 양 손은 포물선을 그리며 가슴 위에서 간드러지게 닿을락 말락한다. 이런 움직임은 가슴근육을 발달시키는 것과 동시에 외형상 보기 좋게 정리까지 해준다.      


아이가 태어나고 집에서 2개월 함께 지내는 동안 ‘가슴’이란 단어는 놀잇감에 불과했다. 2년여 동안 직장에서 짜온 모유로 아이에게 끼니와 야식을 제공하면서 ‘가슴’은 밥통과 동의어였다. 중3이 모유 먹을 일이 없어  밥이 빠진 그 자리에 이제 근육이 들어찼다. 총알도 튕겨나갈 정도의 온전히 내 몸으로, 내 밥그릇이 되었다. 나와라 오바가 아닌, 나왔다 갑바로서(가슴운동으로 분류되는 푸시업은 푸시퀸이니만큼 다음 글에서 다룬다).   

  

집에서 하는 어깨운동으로는 일어서서 양 손에 아령 잡고 2가지를 하고 있다. ‘오버헤드프레스’와 ‘레터랄레이즈’ 라는 건데 전자는 90도 꺾인 만세자세에서 하늘로 들어 올려 180도가 되는 만세 동작이다. 마치 몸이 포크에서 젓가락으로 갈아타는 모습이다. 후자인 레터랄레이즈는 차렷 자세에서 양팔을 날개 펴듯이 어깨 높이까지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어깨에는 반팔 티셔츠 소매마냥 ‘삼각근’이라는 근육이 있는데 어깨관절 주동자이자, 가슴근육의 비서라 할 수 있다. 이 근육을 잘만 다루면 ‘옷발’ 까지 얻어걸린다. 한복 저고리 걸치고 운동해도 맵시 날 듯하다. 자세를 제대로 취하는 조건 하에서 미용 효과가 달성됨을 거듭 강조한다. 팔을 들어 올릴 때 우거지상이 되었든, 괴성을 지르든 그건 말리지 않으나 몸통이 흔들리거나 어깨가 들리는 것만 자제해 주길 바란다. 팔을 높이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깨를 낮추는 자세다.       


아픈 곳은 무의식중에 올라가 있다. 주변 사람들 어깨를 어깨 너머로 보니 귀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어깨 높이가 삶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나타낸다. 무엇이 그들 어깨를 짓누르고 기를 펴지 못하게 했을까. 말려들어간 어깨는 왜 고개까지 잡아끌어 숙이게 할까. 가슴과 어깨 근육은 가슴을 내밀도록 했고 상반신 전체를 들어 올려주었다. 가슴 하나만 펴도 나머지가 정렬된다. 어깨는 내려가고 허리는 세워지고 배와 엉덩이는 중립이 된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가슴 내미는 자세가 된다. 진정한 에티켓으로 머문 자리도 아름다울 듯싶다.  


문요한의 <이제 몸을 챙깁니다>에서도 어깨가 구부정한 자세보다 어깨 펴고 바른 자세를 취한 사람이 두 배나 더 오래 문제를 붙들고 있었고 낙관적인 생각과 사고의 확장까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그러면서 플라톤의 원래 이름도 소개된다. ‘아리스토클레스’였는데 ‘넓다’는 뜻으로 프로 레슬러였던 플라톤인지라 학자들은 ‘어깨가 넓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다. 철학도 가슴으로 하는구나.      


가슴을 펴면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다. 어깨가 오그라들어있을 땐 등이 바람을 한껏 맞았다. 바람에 등 떠밀려 행동하는 인간이었다. 가슴과 어깨를 펴니 고개까지 치켜든다(조류가 아닌 이상 불편해서라도 고개를 쳐들게 되어 있다) 이제 어떠한 바람이 내 가슴을 치더라도 일단 정면 승부는 할 듯싶다. 맞바람으로 눈이 시려 눈물을 흘릴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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