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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Apr 16. 2020

드럼통 몸에 통증까지 있다면 등에 투자

- 등을 등한시 했다간...등신 되는 건 백짓장 하나 차이 -

한때 목과 허리를 기점으로 사지가 쑤셔대 팔다리만 몹쓸 놈이라 생각했다. 아버지가 배출한 소주병 안마기와 간간히 마주친 경락 마사지로 팔 다리를 달랬다. 헬스장이나 집에서 운동할 땐 팔다리를 어떻게, 얼마만큼 구부리고 펴줄까만 신경 썼다. 기어가는 곤충도, 지나가는 반려견도 다리만 눈에 들어왔다. 운동을 나름 한다고 하는데, 상체고 하체고 간에 눈에 띠는 변화가 없었다. 눈이 침침해 그런 건가 위로도 하지만 시력은 1.5다. 밑그림 그린 몸의 테두리나, 힘을 대변하는 근육 결이나 상반신은 ‘꼼짝 마’ 차림이었다.


어느 날, 팔을 움직이던 중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란 말이 팔꿈치를 툭 쳤다. 양 손에 덤벨(아령)을 부여잡고 두 손을 살짝 비틀어 보았다.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팔에 전달되는 자극점도 달랐다. 다리도 박자 맞춰 시선을 바꿔 보았다. 관절이 각도를 달리 그렸다. 발 앞꿈치가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허벅지 자극점이 달랐다. 손발 시선을 미묘하게 바꿨을 뿐인데 먼 동네 부위까지 인기척이 다다랐다.


지렁이도 밟아야 꿈틀대고 사람도 인기척을 해줘야 신나게 말을 한다. 근육은 더하다. 보고 듣는 감각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그동안 신호 받지 못한 근육에 자극이 가면 주변 근육까지 끌어당긴다. 우리 마을에 손님이 왔느냐며 우르르 구경나온 이웃 주민들처럼. 몸에서 이 재미를 톡톡히 본 곳이 바로 등이다. 뒤통수에 눈이 없어 등한시했던 등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손목을 살짝 기울여 어깨까지 소식을 전한 것처럼, 발가락 살짝 벌려 사타구니까지 승전보를 울린 것처럼 등은 몸에 현격한 공을 세웠다. 등 근육이 제 역할을 할 때와 아닐 때 몸의 반응은 현저히 달랐다. 상체든 하체든 운동 하나 하나가 등이 버티는 정도에 따라 자세가 판이했다. 등이 지지하는 정도에 따라 근육 붙는 속도도 달랐다. 등은 또 배와 이웃사촌이라 협동조합을 이루면 지지력은 외길 인생을 벗어나 몸통으로 우뚝 선다.  


등 근육으로는 크게 광배근과 승모근이 있다(속 근육까지 치면 더 되지만 머리 아프니 여러 개라 중요한 부위인 정도로만 알아두자). 광배근은 옆구리와 어깨를 연결한 몸통 부위고, 승모근은 뒷목부터 내려와 등 가운데를 연결한 마름모꼴 부위다. 일 좀 했다 치면 아픈 티 팍팍 내는 부위이자, 상체가 결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드럼통일 때 의식하던 곳이다. 여성 속옷 걸쳤을 때 군살을 밖으로 무참히 내모는 근육이랄까. 이제는 운동 뿐 아니라 정지 자세에서도 느껴지는 부위로 전향했지만.  


등 운동으로 집에서는 서 있는 자세에서 생수통 같은 물건 잡고 배꼽인사 하듯이 허리를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한다. 허리를 세운 정도와 등이 굽은 정도, 양팔과 몸통 사이 거리에 따라 키우고 싶은 등 근육의 몰입도가 달라진다. 어깨통증으로 병원을 들락거릴 당시엔 양 손에 자유를 부여했는데도 배꼽인사하고는 일어서질 못했다. 이제는 팔(삼두근)과 배(복근)는 물론 뒷다리(햄스트링)와 엉덩이(대둔근)까지 끌어당김의 법칙이 일어나고 있다.


* 동영상: 현재는 집에서 생수통 들고 굽실대고 있다. 인사성도 발라지는 것 같다.



끌어당김 말이 나왔으니 짚고 넘어간다. 등 근육은 어떤 운동이더라도 양 손을 몸 쪽으로 당길 때 단련된다. 허리가 부실해 등이 언덕배기처럼 말리거나 손이나 팔 힘으로 하려들면 등 근육엔 깜깜무소식이 될 수 있다. 팔에 살 좀 빼겠다고, 알통 좀 선보이겠다며 팔운동이 선수 치면 이런 우를 범할 수 있다. 계속 하다보면 등 근육이야 발달되지만 고속도로 놔두고 정체 구간으로 돌아가는 꼴이다. 그밖에도 손으로 덤벨 잡고 하는 등운동 몇 가지가 더 있다. 허리힘과 손에 쥐는 악력이 받쳐주면 등 근육에 과속운전도 가능하다. 내가 몇 kg을 들었네 보단 자세와 반복이 등 근육에 핵심이다.             


등이 우리 몸 구석구석을 받쳐주는 지렛대 역할도 하지만 몸통까지 변화시킨다. 임신 때 체중이 22kg 늘은 탓에 출산 후 몸통은 시들시들한 배추 같았다. 몸통은 부피 감소로 둘레도 줄고 응집력도 높아져 오붓한 관계가 되었다. 컴퓨터 앞에서 언덕처럼 치솟았던 등도 포장도로를 깔았다. 등의 역마살은 기분 좋은 주름살이 되었다.


몸통이 없으면 팔다리는 따로국밥 신세다. 사지를 붙든 건 몸통인데 골골대는 목, 허리로 팔다리 운동에 눈이 먼저 갔다. 뒤에서 조종하는 놈은 따로 있었다. 등 근육이 자치구역까지 나누니 ‘아프로뒤태’, ‘꺼진 등도 다시 보자’란 소리도 듣는다. 이런 저런 소리에 우쭐대지 말고 오십견 얼씬 못하도록 등에 ‘루틴’ 등이나 밝히자.





위기가 기회라는 말,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성사될 수 있다. 등이 내 가시권에 없다고 등한시했다가는 기회가 왔을 때 등에도 눈이 달려 뒷걸음질 치는 수가 있다. 등 근육이 버티고 있는 한 뒤로 물러서는 일은 없으리라 기대하며 팔도 닿지 못한 등 근육을 뇌가 더듬거린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라고 한다. 행동반경이 같은 일상이라도 어제와 다른 근육이 자극된다면 매일이 새로울 수 있다. 공부의 신처럼 등도 근육공부 꾸준히 하면 ‘등신’ 되는 건가. 이런 농담도 나오는 걸 보니 더 이상 아파하지 않는 여신 세상, 어지간히 만들고 싶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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