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뼈가 7개다. 7공주 마냥 서로 싸울 일 없이 업무 분장이 정교하게 되어 있다.
역시 형제 많은 집엔 장남과 차남 역할이 막중한가 보다.
첫 번째 고리뼈(환추)는 다른 형제들과는 딴 판인 반지 모양이다. 목덜미 뒤로 뾰족 튀어나온 가시돌기가 없는 대신 양옆이 두툼하다. 뒤통수가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두 번째 중쇠뼈(축추)는 고리뼈 반지에 끼워 들어가도록 몸통에 이빨 모양의 치아돌기가 있다. 목뼈 집안의 장남과 차남 덕에 고개를 끄덕이고 절래절래 흔들 수 있다.
이렇게 거저 받은 권한은 충분히 써 먹는 게 도리다. 목이 앞으로 구부러져 끄덕이게 만든 건 상대의 말을 좀 더 경청하라는 건 아닌지, 세상 일을 'Yes'로 받아들이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목이 좌우로 돌아가도록 한 건 내 주변도 좀 돌아보라고, 세상 불의에서는 'No'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건 아닌지. 뭐가 됐든 허용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자유로이 굴려야겠다.
목뼈 7개 중 네 번째는 목덜미로 향한 가시가 유난히 짧다. 짧은 덕에 목을 뒤로 제칠 수 있다. 하늘 보고 감탄해 목이 마냥 뒤로 넘어갈까봐서 목뼈 6-7번은 가시가 꽤 길다. 고개 숙이면 어디 있는지 단번에 찾도록. 목이 더이상 뒤로 꺾이지 않게끔 안전장치를 다 마련해 두었다. 이래서 목뼈는 앞으로 구부러진 C자형 만곡이 정상이다.
일자목으로 커브 펴졌다고 키가 커질 일은 아닌 게다. 거북목과 일자목이 나쁘다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라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얼마나 하늘 한 번 못 보고 땅만 봤으면, 얼마나 스마트폰과 눈을 마주쳤으면 구부러진 철사 펴듯 커브가 풀렸을까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목뼈는 등뼈와 허리뼈 보다 크기는 작으면서 양 옆으로 뻗은 가로돌기는 두껍다. 목을 옆으로 구부릴 때 머리가 어깨에 닿으면 얼마나 귀신처럼 보일까. 두터운 가로돌기가 서로 부딪혀 더는 옆으로 꺾이지 않도록 징그러운 꼴을 막았다.
척추동맥이 1번 목뼈부터 6번까지 가로구멍 속을 지나가기 때문에 목뼈를 바르게 정렬하는 게 연부조직들을 보호하는데 상당히 중요하다. 목뼈에 들러붙은 근육은 갈비뼈와 흉골과도 연결되어 있어 호흡으로 내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다. 통상 긴장을 많이 한 경우 나쁜 호흡이라 일컫는 흉식호흡을 하게 된다. 가슴이 들려 흉곽을 꽉 잡고 놓지 못해 목 앞부분이나 귀뒤부터 쇄골 중앙까지 타이트해진다(목빗근, 흉쇄유돌근).
이럴 땐 심호흡과 함께 목을 옆으로 구부린다. 목뼈(1,2번)는 등뼈, 허리뼈와 달리 옆으로 구부릴 때 척추가 살짝 돌아가는 기질이 있다. 가운데 줄기 따라 나 있는가시돌기가 가장 작다고 무시할 게 아니다. 가시돌기에 붙은 근육, 인대, 근막을 생각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아버지는 치킨에서 "모가지가 제일 맛있다"는 소리를 했었다. 나는 신비로움에 감탄이 절로 나와 "목뼈가 참 사랑스럽다"는 소리를 한다. '목뼈 사랑'의 그 의도와 의미는 다르지만 아버지와 나, 그 교차로에 '목뼈'가 있다.
목 하나에 사랑과
목 하나에 통증과
목 하나에 습관과
목 하나에 자세가
몸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죽는 날까지 C자형 목뼈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어야겠다.
아부지! 이제 우리 살면서 목에 핏대 세울 일이 있거들랑 목뼈 정렬부터 세워 봅시다.
우린 모가지가 짧아도 기쁜 짐승임에 틀림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