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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an 19. 2023

사중 보호막의 탄탄한 복근

복근은 네 개의 근육으로 되어 있다. 갈비뼈와 골반을 연결하는 어마어마한 통로임에도 ‘식스팩’으로 수박 겉만 핥는 추세다. 네 개의 근육은 외풍을 막아내듯이 가로, 대각선, 세로로 겹겹이 잘도 지어놓았다. '색즉시공공즉시색'이라 했거늘. 가장 중요함에도,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찬밥신세인 복근부터 배를 갈라본다.



가장 깊숙이에 배가로근(복횡근)이 있다.

삼각팬티 입고 복대를 찬 듯한 모양이다. 사타구니 끝 즈음에서 시작해 골반 윗선 따라 등허리와 아래쪽 갈비뼈까지 휘돌아 감싸고 있다. 그러니 근육 결은 가로무늬다. 괜히 그런 이름 붙은 게 아니다. 이토록 드넓은 평야지대이지만 깊은 산 속에서 수양하는 근육이라 기침할 때나 느낄 수 있다. 깊게 호흡을 내뱉어야 안방마님 복횡근이 활성화된다. 필라테스 흉곽호흡으로 자주 깨워 그런지 이젠 일상에서도 그 존재감을 느낀다.




그 위로 안쪽빗근(내복사근)이 덮힌다.

사타구니에서 시작해 골반, 등허리, 앞쪽 갈비뼈까지 들러붙는 건 복횡근과 비슷하다. 헌데 근육결이 사선이다. 바깥쪽에서 가운데 위를 향한 대각선이다. 그래서 이름도 빗근(사근). 허리를 옆으로 구부리거나 좌우로 회전할 때 잘 느껴진다. 물론 골반을 고정한 채로 척추만 움직여야지 골반까지 따라가 놓고 자극이 안 된다 소리하면 곤란하다.




내복사근과 직각을 이루며 바깥쪽빗근(외복사근)이 덮힌다.

다른 복근들 모두가 아래쪽에서 위로 치받고 있을 때 외복사근은 홀로 위로부터 내려온다. 갈비뼈 중반부에서 사타구니까지의 대각선이다. 마치 쟈켓 주머니에 손을 넣은 듯한 결이다. 씨실과 날실과도 같아 내복사근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즉, 몸통만 왼쪽으로 굽히거나 회전했을 때 같은 쪽은 내복사근, 반대쪽은 외복사근이 자극된다. 배를 쥐어짜면 짤수록 모직류 잘못 빨아 줄어준 것 같다. 스웨터라면 속상한데 배는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마지막 복근은 딱 봐도 알 수 있는 배곧은근(복직근)이다.

골반 가운데 치부에서 갈비뼈 중턱까지 중앙선 따라 고속도로로 쭉 뻗어있다. 누운 자세에서 상체를 들어 올릴 때 골반이 뒤로 빠질수록 더 많이 수축하는 이유다. 길 속엔 ‘힘줄'이 있다. 식스팩 길이다. 살 속에 파묻혀 그렇지 지방 한 꺼풀 벗겨내면 복직근 수축할 때 가로무늬 고랑을 확인할 수 있다. 속 근육을 강화시키려면 복직근은 나대지 않는 게 좋다. 겉으로 드러난 것에 치중할 것인가, 코어 힘으로 먹고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다 떠나서 근육을 분리해서 느껴보기라도 하자.    


그 흔한 윗몸일으키기나 비스므레한 크런치(복부를 반만 일으키는), 컬업(골반 중립상태로 일으키는)처럼 네 개 근육을 모두 자극시키는 운동은 숱하다. 상체가 올라온 상태에서 좌우로 비틀어 한 번 더 쥐어짜는 운동 역시 많다. 음식은 없어서 못 먹고 복근운동은 널려도 못 먹는 현실.    


복횡근과 복사근(안+바깥)은 호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깊은 호흡에서 세 근육은 장기를 압박한다. 가슴 파트에 횡격막이 있듯이 복강 하단에는 골반가로막이 있다. 항문과 음부, 꼬리뼈 근육이 자리한다. 심호흡 한 번 하면 위층에서는 ‘횡격막’ 가로막이 아래층은 골반 가로막이  복근 콜라보를 이룬다. 숨 하나만 제대로 쉬면 움직이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눈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는 복근은 내게 ‘살’의 대명사였다. 네 겹이 이미지와 함께 가지각색으로 느껴지니 이젠 ‘힘’의 대명사가 되었다. 나를 현재에 머무르게 할지 앞으로 한 발 내딛게 할지는 복근, 코어가 좌지우지 했다. 힘이 들어차고 나서야 비교군과 실험군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내 복근을 자글자글 탄탄하게 느낄 것인가, 그냥저냥 말랑말랑한 채로 출렁일 것인가.

지휘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복근 4중주는 그렇게 떨고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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