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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Feb 02. 2023

위대하지만 근육에 떠밀린 어깨뼈(견갑골)

어깨, 하면 '통증!' 단어가 바로 떠오른다. 뒷목까지 싸잡아서 '뻐근하다'는 멘트로 퉁 치기 십상이다. '어깨뼈'를 의식하며 살거나 콕 찍어 거론되는 일은 흔치 않다. 아파야 존재감이 드러난다. 통상 목덜미부터 팔이 붙는 지점까지 쑤시고 결리면 ‘어깨’ 이름을 불러보는 신세다(역시나 배경은 내 얘기). 


내가 다가가면 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등 뒤에서 어깨뼈 모양 스윽 보고 쿡 찌르면 아프지만 시원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남의 눈에는 잘 보이는데 정작 소유한 자는 등한시 한다. 보이지 않는 것에 믿기 어려운 것처럼. 어깨뼈 점자책 읽듯이 손가락으로 따라가다 보면 윤곽이 나온다.          


어깨뼈는 등에서 3분의1이나 차지한다. 날개뼈라고 흔히 부르듯 몸과 삶에 날개 달아줄 뼈다. 척추를 가운데로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손바닥만 한 어깨뼈가 완벽하게 대칭인 사람은 손에 꼽을 일이지만. 


심장도 보이지 않는 기관이지만 뛰는 소리에 우리는 늘 예의주시하며 산다. 어깨뼈 움직임은 얼마나 느끼며 살고 있는가. 어깨뼈는 연결된 뼈도 특별하고 근육도 참 많다. 한마디로 주변 관계가 복잡하다. 오죽했으면 어깨 관절을 '숄더 콤플렉스(shoulder complex)'라고도 부르겠는가. 


어깨뼈가 자기 자리를 잘 지켜내는 걸 '안정화'라고 한다. 가만히 있거나 움직이는 동작에서 어깨뼈가 한 쪽으로 쏠리거나 들뜨거나 푹 꺼지지 않는 것. 내 자리에 잘 붙어 있느냐다. 어깨뼈 가동범위는 여섯 방향(위아래, 앞뒤, 상하방회전)인데 정해진 길대로 양쪽이 똑같이 움직이는지도 관건이다. 어깨뼈 안정화가 곧 일상의 안정화이기 때문이다. 단지 뭉친 근육 풀어 될 일이 아니다. 




그럼, 세계지도의 주요국과도 같은, 동맹국 관계를 잇는 어깨뼈를 살펴보자.         


ET 손가락과도 같은 빗장뼈(쇄골)와 만난다. 반대 손으로 어깨를 만졌을 때 불룩 튀어나온 어깨뼈가시(견갑극)가 만져진다. 그 옆으로 툭 튀어나온 봉우리(견봉)와 쇄골 끄트머리가 만난다. 어깨뼈와 쇄골이 만나는 관절인데 팔 근처이다 보니 팔 관절로 느껴진다. 살을 다 들춰내 이 모습을 보면 위태위태한 국제정세를 보는 듯하다. 이를 보완해 어깨뼈 안쪽은 정중앙에 있는 복장뼈와 닿아 있다. 쇄골이 ET 손가락이라면 복장뼈는 넥타이 같다. 




이 둘하고만 만났다면 어깨뼈 꼭지점만 들러붙은 대롱대롱 판국이었을 게다. 그래서 어깨뼈 앞면은 갈비뼈에 붙었다. 갈비뼈 흉곽이 원통형이라 미끄러질 걸 감안해 어깨뼈 앞면은 움푹 들어가 매끄럽게 잘 빠졌다. 



그래도 편치 않다. 물가에 내어 놓은 것 같은 게. 어깨뼈 생긴 것도 역삼각형이다 보니. 그나마 안심하고 보는 부분, 그 덕에 사는 구역이 있다. 이제까지는 볼록한 두 뼈가 만나 근육으로 덕지덕지 풀칠해야 할 입장이었다. 헌데 팔과 연결되는 부분은 어깨뼈가 오목한 접시를 제공하고 있다. 위팔뼈의 머리가 공 모양이라 회전까지 하도록 오목접시 크기도 맞춤형이다.  



머리 위에서 어깨뼈를 내려다보면 등판을 기준으로 30도 앞으로 기울어져 있다. 양팔 벌리는 각도가 중요한 이유다. 절대 몸통과 나란히 벌려서는 안 된다는 것. 어깨뼈 각도 따라 살짝 앞쪽에 두는 게 올바른 정렬이다.  

어깨뼈에 붙은 근육은 중요하기도, 1부 다처제처럼 많기도 하여 흔히 아파하는 회전근개 근육만 언급한다. 목뼈나 등뼈, 등근육, 가슴근육... 어깨뼈를 거친 근육 다 불러내면 어깨뼈 존재감이 여기서 또 묻힐 수 있으니. 


팔을 좌지우지 하는 회전근 무리가 있다. 어깨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 4개다. 어깨뼈가시 위와 아래에 근육이 각각 붙고, 앞부분 전체에 또 하나가, 어깨뼈 아래 모서리에 있다. 네 근육은 팔에 붙어 팔이 앞, 뒤, 옆으로 정상범위보다 빠지지 않게 잡아준다. 팔을 벌리고 오므리고 안팎으로 회전까지 시켜주니 회전근 보전 법칙으로 살 수밖에.



고된 일을 하거나 마음이 의기소침할 때는 앞으로 기울어진 어깨뼈를 떠올린다. 쇄골을 일자로 만들려는 노력은 위로 앞으로 쏠린 어깨뼈도 열어주고 내려준다. 어깨뼈 하나만 신경 써도 울적함을 내보내고 자신감을 들일 수 있다. 




*출처: 근육뼈대계통 제6판, 범문에듀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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