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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Feb 13. 2023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을 통하여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

주말은 평일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최근 9 to 6 체제도 무참히 깨졌던 터라 더욱.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얹혀 더더욱. 평일 보상 심리로 주말이면 틈틈이 공부를 한다든지, 독서-운동-글쓰기의 삼첩 반상을 차리곤 했다. 


지난 주는 나도 퇴근이 늦고 고3 아들도 귀가가 늦어 수면 시간이 적었다. 새로 바뀐 업무들과 보너스로 받은 일들이 무리였는지 지난 주말 몸에서 이상 싸인이 나타났다. 7년간 강철 체력을 자부하던 내가 게임에서 진  듯한 자존심이 발끈해 아플 새도 없게끔 몸을 놀리려 했다. 


"못 하겠다"는 소리를 잘 못하는 사람인지라 토요일 아침 독서모임부터 시작해 여느 때처럼 엉덩이가 바닥과 만나는 건 평행선을 달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내게 '나 힘들어'라고 속삭였다. 


일요일. 아이들 운동 시키고 결혼식과 성당 다녀온 시간을 뺀 4시간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으로 계획 했다.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감옥이려니, 병상이려니.


갑자기 돈이 굴러 들어오면 어떻게 쓸지를 몰라 절절 매는 것처럼, '내가 이래도 되나, 나중에 서두를 일이 발생하지는 않나, 평일 못해 본 거 지금 해야 하는데, 몸은 놔두고 책만 읽을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을 애써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갈비뼈와 배가 불룩해지고 꺼지는 게 느껴졌다. 평소 자주 공격받던 어깨, 고관절도 콕콕 신호를 보냈다. 마흔 넘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아팠던 적은 운동으로 인한 부상 뿐이었다. 햄스트링 파열과 갈비뼈 골절. 


그때마다 질병이 주는 메시지가 있었다. 신경 끄기의 기술을 발휘할 때 치유 속도도 빨랐다. 통증에 모든 신경과 관심이 몰릴 때 통증은 더 발현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내 몸을 보호하는 시스템으로 일상도 선물 받는다. 


마흔까지 별명이 종합병원일 때는 질병이 찾아 올 적마다 '왜 나만'을 달고 살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감기에 당황스럽지만 무얼 말하려는 건지 의미를 되새겨 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되어 있을 터. 분명한 건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라는 점.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회의 때는 나의 필살기인 일상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걸로.  


아파서 출근을 못하는 직원들이 환절기 때마다 발생했던 것 같다. 나라도 빨리 기운 차려야 한다. 뭐든 할수록 느는 법. 쉼도 연습이 필요하다. 헛된 시간은 하나 없다고 하니 어제의 쉼이 오늘 출근에 기여 하리라. 



© YangSunmo,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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