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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되살아나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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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푸시퀸 이지 May 07. 2023

방송 출연_어버이_가족 그 이름에 대하여

* 꼭 누군가가 옆구리 찔러야 움직이는 인간.

브런치 종소리를 들어야 침 흘리는 인간. 하여......

" 어머어머어머...TV에 너 나온다!"

거실이 떠나간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다며 소 한 마리 때려 잡을 소리가 샤우팅 된다. 민첩하지 않은 내 몸까지 개구리가 되어 방에서 튀어 나간다. 회사만 안정적으로 다니면 되지 다른 일까지 뭐그리 하느냐던 모친소리다. TV 화면에 내가 나온다며 "불이야"를 외치는 듯 했다.

"아니, 아침마당 황금연못 보던 중에 KBS에서 갑자기 이걸 내보내는 거야."

"엄마, <하우투> 유튜브 방송이 어떻게 지상파 방송으로 나올 수 있어?"

"지난번 다리 무너질 때도 갑자기 정규 방송이 끊기더니만."

"엄마가 좋아하는 아침마당 못 봐서 어째?"

"아이고, 이거 보면 되지. 괜찮아~!!"

우리 주변을 배회하는 아버지.

우리 사이가 샘이 나는 건지, 나만 나와 샘이 나는 건지, 를 상상하며 우린 하하호호 휴대폰과 리모콘을 만지작 댔다.

결국 아버지가 다가와 한 마디 한다.

"내 휴대폰에 스마트TV 연결 팝업이 떠서 꾹 눌렀더니만 TV랑 연결되어 지금 그 화면이 나온 건가 본데"

KBS1 9번에는 버젓이 아침마당을 하고 있었다. 난 빵 터졌는데 엄마는 속 터진 표정이다. 이리 웃긴 상황에 엄마는 왜 인상파 화가가 된 건지. 웃음으로 그냥 넘기면 될 것을. 속사정은 이랬다.

지금 KBS에 전날 딸래미가 출연한 <하우투> 인터뷰 방송이 나온다며 얼른 TV 켜 보라고 친한 분들께 카톡을 보낸 것이다. 지인 70대 중 딸래미 찐팬이라는 사람이 있어 마침 잘됐군으로 보냈단다. "그 집 TV에는 왜 이 방송이 안 보이느냐"며.

거실에는 침묵 배경화면이 깔렸다. 정막 깨는 자막.

"니 애비 버튼 하나로 내가 망신살이 다 뻗쳤다"

해가 어스름하게 지자 유튜브 영상 하나가 띠링. <하우투>에서 2탄으로 인터뷰 영상을 업로드 했다.

"엄마, 나 유튜브 영상 하나 더 나왔는데..."

밝고 활기찬 4분의4박자 템포로

"KBS 방송사고 사태를 그 2탄 영상 돌리면서 무마시켰지(내가 누구냐)."

늘 감사한 엄마에게 어버이날 핑계 삼아 굳이 서운한 점 하나를 꼽자면, "회사만 편히 다니지 딴 데까지 기웃대느냐"는 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왜 함께 좋아하지 않을까 섭섭했었다. 오늘 KBS 방송 사태로 남 모르게 응원한 거 딱 걸렸으! 내 건강 해칠까봐 염려된 표현이었다.

유튜브 조회수와 좋아요는 어쩌면 엄마가 집집마다 빈 그릇 갖고 돌아다니며 내 새끼 밥 한 술 달라고 한 정성이 아니었을까. 부탁 못 하고 싫은 소리 못하고 민폐를 죄악으로 여기는 양반인데.

어찌됐건

가족과 함께 하는 연휴에 귀한 시간 내어 시청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

더불어

촬영 인터뷰를 마친 후

"작가님의 오늘 말씀 최선을 다해 제작해 보겠다"고, "이제 막 헬스를 시작한 사람인데 큰 도움이 됐다"던 강원 MBC영동 PD님과 팀장님께도 감사하다.

KBS 해프닝이 벌어지든 집안에 희한한 일이 벌어지던든 부모의 존재 만으로 어린이날도 어버이날도 무탈하게 보낼 수 있는 게다. 어느 인터뷰를 막론하고 받는 질문이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느냐"였다. 나를 바라보는 자식이, 내가 바라보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그 뿌리였다.

부모님이 코 앞에 있든, 수평적 공간에 떨어져 있든, 수직적 공간에서 내려보든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장본인임은 분명하다. 주먹 불끈 힘을 내게 하는 천륜인 것을.

어버이날이랍시고 썼는데 쓰다보니 석가탄신일 기념인 듯.

브런치에 오랜만에 글 쓴답시고 썼는데 홍보질인 듯.

사시사철 철 드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