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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y 21. 2023

사랑하면 예뻐진다

이번 주는 큰 행사도, 야근도 여느 때보다 많았다. 사무실에서는 내 눈 앞의 PC 2대를 끌어안고 일한 것마냥 달아올랐다. 업무는 종아리가 터지나 안 터지나 어디 두고보자는 식으로 이어달리기를 했다. 정이(질녀)는 친구들과 한 잔 하느라, 영인이는 잔기침으로, 덩달아 늦게 잠든 한 주이기도 했다. 그 장단에 놀아나며 운동량도 하향 곡선이었다.


헌데,


피부가 왜이리 좋아졌느냐는 말도 주5일 근무했다. 월화수목금을 들었으니. 옆팀 직원이 썬크림 하나 바르는데 왜이리 광이 나느냐 했다. 타 지역에서 오랜만에 방문한 부장님이 얼굴색이 왜이리 좋냐고 했다. 또 한 분은 최근에 자신은 얼굴 시술을 받았다며 운동하면 피부가 좋아지느냐고 했다. 불금 밤, 게슴츠레 눈을 까뒤집고 찾아간 폴댄스학원에서 20대 회원 한 명이 요즘 부쩍 더 활력이 넘쳐 보인다고 했다(내가 그대에게 할 소리 아닌가).  몸도 더 좋아진 게 북토크 하면 그리 되느냐고 했다.


다사다난 한 한 주라고 여겼는데 돌아오는 피드백은 더 움직이게 하니 원. 안그래도 몸은 왜 덜 피곤하고, 불쌍함과 가련 모드는 '가질 수 없는 너'인 건지 했다. 학창시절 마냥 부러워 했던 <보랏빛 향기>의 강수지. 평소 내 모습은 태진아의 <거울도 안 보는 여자>.


용기를 북돋아 준 여론에 보답코자 어젯밤 굳나잇 인사겸 필라테스교육원에 내 몸 점검차 나섰다. 평소 같았으면 가자마자 리포머 기구에 벌러덩 누웠을 텐데, 피부 얘기가 갑자기 떠올라 안 하던 짓(셀카)도 찰칵.





땀인지, 개기름인지 모르겠지만 뭘 더 발라서가 아니라 몸 속에서 자체 발광하는 건 아닐까. 20대 때는 스킨, 로션, 에센스, 썬크림, 영양크림, 화운데이션, 트윈케익(콤팩트)을 바르던 사람이 마흔을 넘기고는 스킨, 로션, 썬크림만 바르니 몇 단계를 건너뛴 셈인가. 화장품도 백화점까지 가서 '헤라'를 구매하던 사람이 올리브영에서 가장 저렴한 스킨 로션 행사상품 하나 집어들고 나오니 돈, 시간을 얼마나 저축한 셈인가.


형편이 어찌 이리 나아졌을까.


과일과 채소, 섬유질이 풍부한 채식위주 식사? 뇌가 도망, 도주하는 걸로 착각할까봐 느긋하게 꼭꼭 씹어 먹는 식사? 그렇다고 회사생활 하며 내외부 고객들과 따박따박 이리 먹는 것도 아닌데. 호르몬을 잘 관리해서? 기분 좋아지는 세로토닌, 연대와 유대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뿜뿜 나오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은 발 들이지 못하게 하는 나의 수작? 세수할 때 얼굴 꼬집기와 지압으로 신경을 자극해서?


지난번 북토크 때 불쑥 내뱉은 말이 생각났다.

"나와 찐하게 연애해 보세요. 애인처럼 내 몸이 좋아하는 걸 해 주고 내 몸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그래, 내 몸과 사랑에 빠져서. 젊을 땐 추워도, 더워도, 술 한 잔 해도, 흥분해도 볼 빨간 사춘기가 되더만. 이젠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고유 피부색으로 달관하리라.


가뜩이나 게으른 나. 앞으로도 자체발광으로 얼굴에 LED를 쏠 참이다. 으르렁대는 사자가 지나가거들랑 금방 늙는 코티솔 나오니 아서라 할 참이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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