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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un 13. 2023

선악과로 삼등분 한 어깨세모근(승모근)


숱하게 듣는 말.

“어깨 올라가지 않게”

“목, 어깨 긴장 푸시고”


운동할 때는 그나마 눈에  드러나니 이런 말이라도 듣지, 평소 컴퓨터 작업이나 일상생활에서는 감시자가 없어 기고만장으로 올라간다. 어깨세모근(승모근) 말이다. 근육의 ‘근’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가장 많이 들은 근육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몸에서 대근육으로 한 자리 차지하는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극이 올 곳은 안 오고 신경을 꺼야 할 곳은 예민해 있는 승모근. 성격과 마음 상태도 엿볼 수 있는 곳이 또 승모근이다. 내 성격 민낯이 승모근 높이에서 드러난다. 뭔가를 빨리 완수하려는 마음지표라고나 할까. 나 자신을 이런 잣대로 보니 상대의 스트레스 지수를 승모근으로 유추하기도 한다.




승모근 하면 떠오르는 이 윗 동네 말고도 승모근은 3등분으로 나뉜다. 목덜미와 흉추를 잇는 중심선으로부터 들러붙는 곳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된다. 상부 승모근은 목덜미에서 쇄골을 거쳐 어깨라인에 볼록 튀어나온 '견봉'에 붙는다. 중간 승모근은 등 어깨뼈에 가로로 툭 튀어나온 '어깨뼈가시'에 붙는다. 하부 승모근은 흉추 끝자락에서 어깨뼈가시 안쪽 결절에 올라가 붙는다. 결국 세 근육이 큰 삼각형을 이루고 양쪽 데칼코마니로 등판에 큰 마름모를 그린 셈이다.


근육 위치를 보면 움직임이 보인다. 상부 승모근은 주로 어깨뼈를 올리는 역할을 한다. 헌데 움직여서 자극시키기보다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어깨 들린 상태가 오래 되니 문제다. 운동할 때 역시 상부 승모근을 내려놓지 못해 통증과 피로가 함께 온다. 그렇다고 상부 승모근을 악(惡)으로만 보진 말자. 존재에 대한 죄값보다는 사용상의 문제이니. 생각날 때마다 반대쪽 어깨 내린 상태에서 목을 옆으로 구부리거나 원을 그려 자극시킨다.





난 여러 일이 동시에 생길 때, 마음속에 ‘신속’, ‘정확’이 자리 잡는 순간 상부 승모근이 나댄다. 어깨뼈를 내려놓기에 앞서 마음부터 내려놓아야 하거늘. 출근하지 않은 날은 상부 승모근 통증이 줄긴 했다(컴퓨터로부터의 해방). 밥벌이를 못해 겪는 통증이 승모근 통증보다는 훨씬 커서 목을 자주 돌리는 걸로.




중부 승모근은 어깨뼈 모으는 역할을 한다. 전거근(앞톱니근)은 반대로 어깨뼈를 양 옆으로 벌어지게 한다. 그러니 전거근과 승모근의 밀당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어깨뼈가 안정화가 되는 것(안정화는 누누이 강조하지만 어깨뼈가 제자리를 잘 고수하는 것). 헬스나 필라테스에 ‘로우’라는 동작이 있다. 양손으로 옆구리 스쳐 등 뒤로 당길 때 중부 승모근이 강화된다.



하부 승모근은 주로 어깨뼈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로우 동작을 어깨 내린 상태에서 하면 하부 승모근까지 겸사겸사다. 우물에서 깊은 물 길어 올리듯 승모근을 쓰려고 노력한다. 승모근 총량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처럼 중부/하부 승모근을 키워 상부 승모근의 기를 꺾기 위해. 어깨뼈를 끌어내릴 때 움직이는 느낌도 황홀하지만 참선을 실천하는 의식행사 같다.


국민체조는 앞으로 나란히 -> 만세 -> 옆으로 나란히 -> 시작자세 동작이다. 여기에 난 하나를 더 추가했다. 옆으로 나란히를 거쳐 만세로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어깨뼈가 위로 회전하는 이 동작은 상부, 중부, 하부 승모근 모두 작용하는 하모니다. 승모근 삼중주가 그렇게나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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