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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un 23. 2023

파랑새 같은 존재, 가로막(횡격막)

눈에 보이는 근육에 눈이 먼 세상에 우산 뒤집어진 꼴을 봐야

전보다 나아진 '나'를 난 이럴 때 발견한다. 속에서 열불이 날 법도 한데 고요할 때. 점점 빈번해질 때 제3자 입장에서 '짜식 많이 컸군' 한다. 운동을 해서일까. 그럼 몸 쓰는 사람들 모두 도인이게? 자세가 좋아져서일까. 자세 바르면 긍정성이 확보되는 건 어느 정도 일리야 있다. 자세가 호흡 양에도 영향을 미치니. 양을 떠나 호흡에 가장 핵심 근육이라 하면 단연 가로막(횡격막)이다. 호흡할 때 갈비뼈 사이 근육이나 등 근육, 배 근육도 쓰이지만 주체성으로 치면 횡격막이 으뜸.


횡격막은 갈비뼈 중반부터 허리뼈, 명치(복장뼈)를 에둘러 폐의 중심널힘줄에 가서 붙는다. 중심널힘줄은 폐를 에워싸고 있으니 ‘인싸(insider)’를 잡은 셈이다. 횡격막은 마치 펼친 우산 같다. 그래서 근육이 수축하면 아래로 뒤집어진 우산이 된다. 붙들은 중심널힘줄로 폐도 잡아끌어 ‘들숨’이 되는 것이다. 들어온 만큼 ‘날숨’으로 내보내고. 


다른 골격근은 생명까지 위협하진 않는다. 횡격막은 목숨까지 거머쥔 근육이다. 횡격막이 폐하고만 관련있지는 않다. 호흡이 폐와 심장에 영향을 미치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폐와 심장 혈관 사이에서 공기를 주거니 받거니 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횡격막과 연결된 폐의 중심널힘줄은 심장(섬유성심장막)과 인대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호흡에 맞춰 심장도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다. 유쾌한 삼각관계인데 열쇠는 횡격막이 쥔 셈.



횡격막이 내 손으로 직접 만져지지 않는다고 엉덩이 근육이나 등 근육에 쳐질 일이 아니다. 일상에서나 운동할 때, 공기가 내 몸에 들어왔다 하면 횡격막 우산을 떠올린다. 얼마나 아래로 뒤집어지고 얼마나 위로 끌어 올라오는지. 횡격막 가동범위에 따라 주변 장기와 근육도 그만큼 움직이고 반응한다. 선한 영향력의 소유자.


숨 가쁘게 사느냐 마느냐는 횡격막 하기에 달렸다. 품은 만큼 뿜으니. 공기를 적게 들인 만큼 횟수로 땜질할 테니. 화를 내거나 흥분할 때 대부분 가슴근육으로 가쁜 숨을 쉰다. 평소 깊은 호흡으로 무장을 해서 화 낼 일이 줄은 건지, 화를 덜 내니 깊은 호흡이 잘 되는 건지, 아무튼 (그나마) 성질 많이 죽었다.


횡격막 수축을 위해 난 가끔 숨을 마신 상태에서 4초 정도 멈춘다. 코로 마신 공기로 몸 속에서는 태풍 회오리가 일고 횡격막 우산이 4초간 뒤집힌 상태, 그 순간을 만끽한다. 참았던 내면을 날숨으로 한껏 내보낼 때 성취와 스릴을 느낀다. 피부로 배출되는 땀이나 입으로 내뱉는 공기나, 그거나 그거나다. 아니 땀 보다 공기가 손 안대고 코 푼 격.


생명유지를 위해 저절로 쉬어지는 호흡에서 횡격막을 수축시켜 호흡 하니 사람도 적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몸에 들어 온 산소는 근육 에너지 대사에 쓰인다. 바깥으로 내뱉은 이산화탄소는 지방을 분해한다. 그러니 질보다 양!


횡격막도 골격근처럼 쓸수록 는다. 숨을 더 잘 참고 더 많이 토해내다 보면 개과천선, 도인 반열에 오를라나? 시작부터 다르니 내 성질은 평균으로 수렴될 수도. 이토록 큰 가동범위에, 그토록 중요한 횡격막을 근육 취급도 하지 않고 존재감도 못 느낀다면 그야말로 사는 의미가 없다. 쵸컬릿 복근보다도 더 예쁘게 가꿔나갈 근육인데 말이다.


하~

안도의 한 숨 한 번 크게 내쉰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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