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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Jul 08. 2023

유일무이인 만큼 기고만장의 어깨올림근(견갑거근)


목어깨가 아프면 승모근 부터 오해한다. 헌데 파헤쳐보면 어깨올림근(견갑거근)인 경우가 많다. 상부승모근과 한 동네 살기 때문이다. 견갑거근의 윗부분은 승모근 보다 더 바깥쪽에, 아랫부분은 승모근 보다 더 안쪽 깊이 실타래처럼 교차한다. 이들이 옆 목부터 어깨까지 아프게 한다. 근육 두께가 손가락 두 마디다. 그래 그런지 내 손가락 두 마디도 다른 사람의 견갑거근을 꾹 누르는 버릇이 있다.  “아~”와 함께 “명중” 소리를 듣고야 마는.


견갑거근은 목뼈 7개 중 옆 돌기 4개(1번~4번)에서 시작해 어깨뼈 안쪽 모서리에 붙는다. 목뼈에 붙은 근육은 다들 목에서 끝나지만 이렇게 어깨뼈까지 연결된 근육은 오로지 견갑거근 하나다. 이 말인즉슨 목을 움직여 자극하든 어깨를 움직여 자극하면 될 일.




목부터 보자. 한쪽을 집중적으로 풀려면 목을 옆으로 구부린다. 반대 손으로 옆통수를 눌러 목을 더 늘리려하기 보다는 어깨를 아래로 내리려 한다. 위에 생긴 걸 봤으니 견갑거근 자극에 이게 더 효과적이라는 게 이해될 것이다. 애초 어깨가 따라 올라가지 않도록 손을 반대허리를 감싸 옆구리에 끼우거나(팔을 옆 아래로 찔러 뻗거나) 뒤로 보내 의자 등을 잡는다.


연이어 고개를 대각선을 향해 숙인다. 난 목을 옆으로 굽힐 때보다 이때 자극이 더 크게 느껴져 대각선 아래를 본 상태에서 도리도리를 한다. 반대쪽 겨드랑이와 눈이 맞으면 시원함 명중. 깊게 호흡 내쉬면서 양쪽을 번갈아 한다. 역시나 오른쪽에서 곡소리가 나온다.


목을 천장 향해 뒤로 제칠 때도 근육이 수축한다. 간혹 목주름 펴진다는 말로 이 동작을 시키기도 한다. 합장한 손으로 턱을 들어 올려 천장 바라보면 나 같은 경우 이때는 왼쪽이 더 아프다. 고개를 들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갈 법한 통증. 이런 게 쌓이고 쌓이면 뻐근함과 감정도 쌓인다. 하늘도 보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다. 거북목 상태로 천장을 바라보기 보다는 두 턱 만든 상태에서 고개를 제치면 더 큰 가동범위가 나온다.


목을 좌우로 회전해도 견갑거근은 자극된다. 여러 방향에 다 관여하는 근육이라 그런지 고정 자세가 조금만 오래되어도 뭉치고 아프다. 움직임에 자유를 부여받았다면 그에 응당해 움직여야 삶이 편한 법.   



승모근 파트에서 양팔 옆으로 벌려 만세로 들어 올릴 때 승모근 세 개 모두가 자극된다며 국민체조 추가를 운운했다. 견갑거근은 이와 반대로 만세 자세에서 차렷 자세로 내릴 때 자극된다. 근육 이름이 어깨올림근(Levator Scapular)이라서 어깨를 으쓱 올릴 때만 자극된다고 여길까봐 이 동작 먼저 강조한다. 엘리베이터에 혼자 탔을 때 이름도 비슷한 ‘리베이터’ 근육을 상기해 자극시키는 건 어떨까. 휴대폰하고만 함께 하지 말고.



엄밀히 말하면 난 상부승모근 보다 견겁거근이 평소에 더 자주 아프다. 노트북 작업도 그렇지만 옆으로 누워 자면 아침에 일어날 때 견갑거근의 존재감을 맞는다. 이 작고 기다란 근육을 섣불리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 코 다칠 일.


그래서 아침에 눈 뜨면 심호흡과 함께 하는 의식행사가 ‘도리도리’다. 정수기로 향할 땐 가는 도중에 양팔 벌려 위아래로 움직인다. 정수기 물을 받아 남은 한 방울까지 다 털어 마실 때 견갑거근 신전.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목을 번갈아 옆으로 구부린다. 노트북을 열고는 대각선 아래를 향해 번갈아 목을 굽히고는 가운데 키보드로 돌아온다. 집이 넓지 않아 짧게 끝나는 게 아쉬울 뿐 견갑거근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완수다. 


이 작은 근육이 이 작은 일로 오늘 하루를, 나 자신을 ‘리베이터’ 한다. 블루투스 없이 누군가와 통화할 일이 있다면 반대쪽 귀로도 스마트폰을 가져가 번갈아 목을 구부려야지. 전화도 귀가 아닌 견갑거근으로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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