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평소 말도 참 재밌게 하고 부지런한 데다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얼굴도 예쁘고 군살도 하나 없는 팀장님이 있다. 샘이 나서가 아니라 굳이 2% 부족한 걸 하나 꼽자면 운동과 친하지 않은 것이다. 하루는 내 자리로 찾아와 이런 말을 했다(어제까지 성과보고서 제출에 정신없던 11월이라 부서님은 입에, 우린 가슴에 모터를 단 상태였다).
부서장님이 전화로 뭐라뭐라 설명하시는데 내 머리는 저 뒤에 있는데 이미 통화는 종료되어 끊어진 거 있죠.
운동도 내 속도 보다 앞서가니 나이 먹어 몸도 머리도 다 안 따라 주는데 이리 느려도 할 수 있는 운동은 뭘까요?
두 자리 숫자 앞이 '5'가 되면서 부쩍 '나이'를 등장시키는 데에는 씁쓸하지만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느려도 괜찮은' 운동을 물으니. 기회는 이때다 싶게 세 가지 솔루션을 주었다.
1. 느리게 할수록 더 효과적인 운동 해 보세요.
운동 중 또는 운동 사이 사이를 재빠르게 이동하는 운동은 '무의식'이 작용하는 '자동반사'가 될 수 있어요. 소뇌까지만 전달되죠. 천천히, 느리게 움직일수록 '의식'에 따른 대뇌피질까지 전달되어 오히려 신경가소성이 일어나는 장점이 있어요.
2. 내 가동범위까지만 허용하는 운동을 하세요.
내가 감당하는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몸을 늘리고 당기면 제대로 이완되지 않고 수축 상태로 남을 수 있어요. 내 몸 구조에 걸맞는 가동범위에서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이면 오히려 깊은 곳까지 이완 되어 만성통증도 사라질 수가 있죠.
3. 하고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운동을 하세요.
끝난 이후 성취감으로 지금 동작을 이 악물고 버티고 있진 않나요? 굳이 동작에 애쓰지 않고 오로지 감각과 신경 따라 운동을 하는 데도 끝난 후 딸려오는 포만감이 크죠. 뇌를 거쳤기에 몸은 더 좋아지고 명상과 같은 효과로 온기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요.
골반에 좋은 소매틱 요가 '천골시계': 천골 범위 안에서 아주 천천히 시계,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는 동작
위 솔루션에 해당하는 운동은 <소매틱 요가>다. 매주 월요일 저녁 8시에 전국구로 줌에 접속해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소매틱 요가를 수행하고 있다. 소매틱 요가 창시자인 엘리노 크리스웰 교수님 책이 우리나라 번역서로도 나오고 11월에 줌으로도 만났다. 90세가 넘었는데도 나이 차를 못 느꼈다.
이날 엘리노 교수님 특강에는 함께 연구를 진행한 분들까지 미국, 일본, 우리 등 100 여명이 함께 참여 했다. 엘리노 교수님은 <소매틱 요가>를 이렇게 정의했다.
"뇌에 기반을 둔 것, 뇌를 사용해 내가 지금 뭘 하는지를 자각 하고 몸이 뭘 하고 있었는지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것. 소매틱스, 신경과학, 생리학, 심리학의 모든 원리를 사용하고 특히 신경과학이 핵심"이라고. 그러면서 종교가 아닌 과학이라며 <내면소통>의 김주환 교수님과 같이 강조했다.
소매틱요가 입문 중 엘리노 선생님
이 날 <소매틱 요가>와 관련된 역사, 철학, 과학, 심리, 삶.. 두루두루 들었다. 난 기회는 이때다 싶어 평소 궁금했던 부분을 잽싸게 질문했다(물론, 한국말로. 통역사 도움으로).
"빨리 빨리, 라는 시대상황과 겉근육에 치중하는 대중 문화 속에서 소매틱 요가의 동기유발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매틱 요가를 하면 마약, 범죄 등 사회문제도 줄어들 것 같은데요"
엘리노 교수님 대답은 명쾌했다. 학생들 수업 때 하는 말이라 했다.
"지금 천천히 할 수 있다면 이전에 하는 것 뭐든지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깊게 공감되는 건 나 역시 소매틱 요가를 집에서 수련하면서 유연성과 속근육('반다')의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엘리노 교수님 워크샵을 마련하고 우리나라 소매틱 요가의 선구자인 이정희 교수님도 한 마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