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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y 13. 2020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복근

- 지방 좀 덜 탄 배, 한 뼘 더 태운 복근 운동 -

얼마 전에 초가삼간 태운 복근 이야기를 쓴 바 있다. 운동 전문가가 아니라 그런지, 이론보다는 체험 삶의 현장이라 그런지, 쓰고 난 후 계속 목이 탄다. 못다 한 말을 남긴 채 헤어진 느낌이랄까. 복근운동, 마저 갈증 푼다.


똥배와 옆구리 살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제2의 얼굴로 생각하는 듯했다. 하기야 나도 한때, 똥배는 단단히 삐진 아랫입술 같았고, 옆구리는 허리선을 덮고 있었으니 궁금한 게 당연하다. 배는 얼굴처럼 드러내놓지 않고 윗옷 폭에 휩싸여 살았을 뿐. 그 흔하고도 고귀한 말. 


“똥배 들어가는 운동이 뭐에요? 옆구리 살 빼는 데는 뭐가 좋아요?”


답은 ‘없다’이다. 열정에 찬물 끼얹는 소리이겠지만 뱃살 빠지는 운동은 없다. 운동으로 근육을 강화시킬 순 있어도 살을 증발시킬 순 없다. 우리 몸은 전체주의를 지향한다. 부위별로 근육 더하기는 가능해도 살을 빼기는 어렵다. 복부는 힘과 균형, 다른 근육을 지원하는 정체성을 지녔다. 그럼, 식스팩은 뭐냐? 고 할 텐데. 


식스팩은 만든 근육을 겉으로 드러낸 결과물에 불과하다. 덮고 있는 지방을 “걷어? 말아?”의 차원이다. 선택사항이지 운동능력과 건강과는 별개다. 난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형이다.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도 몸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형이다. 힘, 균형, 미용, 세 마리 토끼 다 잡으려고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식단관리라는 세 박자에 리듬 탄다. 먹은 만큼 들어차니 이름도 똥배 아니겠는가. 옆구리 운동은 어설프게 했다간 알통처럼 불룩해지는 수도 있다. 


우선, 아랫배 강화 운동으로는 레그레이즈(다리 들어올리기)가 있다. 누워서 하거나(라잉 레그레이즈) 매달려서 한다(행잉 레그레이즈). 누워서 두 다리를 내렸다 올리는 건 허리가 바닥에서 뜨지 않아야 한다. 내 허리 사정에 맞춰 다리 내리는 각도를 조절한다. 철봉에 매달려 다리를 들어 올리는 건 더 난코스인데 집이 아니라면 난 이걸 택한다. 배에 초강력 자극은 물론 잡고 있는 두 손과 상반신 전체까지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철봉 공중부양에 현기증이 난다면 '버티칼레이즈'를 한다. 양 팔을 90도로 접어 전완근(팔꿈치 아래)을 기계에 고정시킨 후 다리를 들어 올리는 거라 좀 더 수월하다. 손과 팔에 마음 뺏기는 일도 없다.    


행잉 레그레이즈는 다리를 말아 올릴수록 자극이 크다. 처음에는 무릎을 90도로 들어 올리다 잘되면 다리 뻗어(무릎 살짝 구부린 상태) 들어올린다. 다리를 내릴 때 코어 힘이 강화되는 것이니 천천히 내린다. 내 맘 같지 않게 다리가 뚝 떨어진다면 자신의 코어 힘이 여실히 드러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처음에는 나도 대롱대롱 매달려 몸이 앞뒤로 그네 춤을 췄다. 쥐는 힘도 없어 낭떠러지에서 손가락으로 버티는 장면을 연출했다. 나이 들수록 악력이 약해져 수저 들 힘도 없다는데, 이왕 시간 낸 거 크게 한 방 터트리는 이 운동이 좋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그럼, 옆구리 운동으로 옆길 한번 새보자. 몸의 옆 라인을 모래시계로 만들겠노라 야심차게 운동했는데 부피가 줄기는커녕 더 부푸는 수가 있다. 배의 전면은 세로줄무늬로 이루어져 있고(복직근), 옆면은 사선으로 되어 있다(복사근). 배 전면은 한 겹인데 옆구리는 3겹이나 된다(돼지 삼겹살 먹을 때 내 옆구리 살을 떠올려 보자). 이러한 차이 때문에 배 전면을 자극하는 운동(크런치 등)은 금세 본래 상태로 돌아온다. 10초정도만 쉬고 바로 다음 세트를 시작해야 한다. 옆구리는 팔다리 운동 후 빵빵해지는 현상(벌크)이 나타날 수 있다.     


옆구리 운동으로는 알파벳 C자처럼 위아래로 배를 접는 동작은 되도록 멀리한다. 일어서든 기계에 옆으로 눕든지 간에 같은 쪽 팔꿈치와 다리가 만나는 꼴은 피한다. 바이시클 매뉴버(누워서 자전거 타기)처럼 서로 다른 방향의 팔꿈치와 다리를 만나게 한다. 트위스트 춤추듯이 옆구리는 좌우 비트는 동작과 결이 맞다. 살찌는 게 소원인 사람은 나와 반대로 운동하면 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삼겹살 폭풍 흡입한 날은 내 삼겹살도 비틀리는 날이다.     


복근운동은 수도 없이 많다. 유튜브만 열어도 우수수 쏟아진다. 내게 맞는 운동을 골라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들에게 효험 있는 운동 말고 내 마음을 이끈 운동 말이다. 내 삶에 필요한 운동, 내가 만만하게 들이댈 수 있는 운동, 과정이 즐거운 운동이 내게 맞는 최고의 운동이다. 삶이 그리 만만치 않은데 운동이라도 만만해야 안 되겠니. 운동은 ‘무엇’ 보다 중요한 게 ‘계속’이다. 근육은 두더지 머리마냥 연속으로 얻어 터져야 맷집이 생긴다. 


난 하체, 상체로 나누던지 시간 없으면 등, 엉덩이, 복부 등으로 쪼개어 ‘몰빵 데이’를 한다. 하루 10시간 이상 의자와 붙어 지낸다. 음식 종류와 양도 함께 사는 세상에 충실할 때가 있다. 이를 고려해 복부 운동은 크런치(앞구리)는 매일, 바이시클매뉴버(옆구리)와 레그레이즈(아랫구리)는 주3회 한다. ‘옷발’이 주는 기분으로 복근운동 일일연속극이 되었다. 옷이 작아져 못 입는 경우가 없으니 쇼핑 시간과 비용 절감도 미끼다. 


복부는 일단 근육을 저장시켜 놓고 볼 일이다. 식스팩을 개방할지 말지는 그 다음 문제다. 배에 지방을 걷어내고 강한 자극을 준 이후로 기름진 음식과 강한 양념도 목구멍에 출입제한 조치를 당했다. 지방 타는 맛과 담백한 맛도 덤으로 얻어 이젠 또 음식으로 달라진 삶에 목이 타들어간다. 입이 간질거린 채로 또 손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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