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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Mar 29. 2024

삶의 과속방지턱 세 가지

나를 제어하는 힘


본부장님이 출장 다니느라 애 썼다며 점심사주셨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멋스럽고 맛스럽기로 유명한(비싸서 구경만 한) 레스토랑에 메뉴까지 미리 세팅이 되어 있었다.


업무 만큼이나 사람 파악까지 투철... 아니 메뉴가 투철 하니 사람 파악까지 철철인 듯. 가지각색의 채소와 해산물, 연어스테이크... 눈과 혀가 돌아갈 지경이었다. 서비스로 빵과 자스민유자차가 나왔다. 애피타이저로 나왔지만 그 둘을 대하는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질문을 던지셨다.


아니 애피타이저로 나온 빵을 뒀다가
왜 마지막에 먹나요?

차는 마지막에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미리 주셨네. 식후에는 안 마셔요?

- 일과 삶, 매사 허투루 하는 일이 없는 완벽 성향 50대 여성 리더 -


장이 좋아하는 순서로 먹는다는 둥 이러쿵 저러쿵 대답을 하고 보니 평소 자주 받는 질문이었다. 또 먹는 데에만 적용 될 사안도 아니다. 음식이 기본이지만 이참에 삶을 제어해 주는 습관을 털어놓는 게 낫겠다.


급하게 허겁지겁 사는 우리. 자동화 시스템이 발전할수록 더 급해지는 아이러니. 심신을 가라앉히장치가 절실한 세상이다. 이에 가지를 밝힌다.




1. 과식 방지턱 - 간식


음식을 천천히 먹어야 포만중추가 손을 딱 놓게 만들죠. 즉 빨리 먹으면 배 부른 느낌까지 도달을 못해 더 먹게 되는 거고요. 허기진 상태라면 가속도도 붙을 테고요. 그래서 전 점심식사 전, 저녁식사 전에 '과식 방지턱'이 있어요.


11:00~11:30에는 바나나를, 17:00~17:30에는 견과류를 먹어요. 공복 상태에서 장의 흡수율도 좋을 뿐더러 몸에 좋은 영양으로 '허기'를 일단락 잠재우거든요. 과식 차단기 장착 시간. 차단을 하지만 입맛을 더 돌게 해 더부룩함 없이 다음 식사까지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2. 과성 방지턱 - 호흡


일단 양질의 음식이 몸에 들어오면 혈당 스파이크가 나타나지 않아 마음도 결을 같이 합니다. 정신도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고 단 게 당기는 상태처럼 되진 않죠. 이러한 몸 베이스에 흉곽호흡을 더합니다. 복식호흡도 괜찮습니다만, 전 골반기저근, 복근, 갈비근육 자극하며 심호흡 하는 게 좋더라고요. 일상에서 자극받기 어려운 꿀근(육)이니까요.


코로 들어온 공기가 기도와 기관지를 통해 폐가 불룩해지고 횡격막이 올라가면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걸 그려요. 호흡 자체와 호흡 하는 나를 알아차림으로셔 마음이 차분해져요. 당황스런 상황이 닥칠 때 전 같으면 화 나는 상황인데 희한하게 순한 양이 되는 자신을 발견 합니다. 호흡하는 나를 바라보는 게 명상이잖아요. 과도한 성질까지 죽이는 게 또 호흡이더라고요.



3. 과욕 방지턱 - 루틴


전 '모 아니면 도'인 괴팍한 성질머리라 음식이나 호흡으로 그나마 평균을 유지하며 사는데요. 눈 앞에 쌓인 일, 눈 앞에 놓인 음식은 끝장 내는 스타일이이에요. '이 정도까지만'을 간신히 허용할 수 있었던 건 '운동-독서-글쓰기' 루틴 덕이에요.


목표가 생기면 이를 위한 루틴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다 하지 못하더라도, 덜 된 상태라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요. 하루, 라는 자동화 시스템이 차단기가 되죠. 하루, 업무, 취미... 갖가지 일에서 더 욕심내지 않다 보니 명예욕도 덩달아 수그러듭디다. 오늘 하루 잘 살면 그 뿐이란 마음으로 풍성해져요.  




날 저지시키는, 내 욕심을 차단하는 나만의 무기는 무엇인가. 남이 못 하게 막으면 기분이 언짢지만 나 스스로의 방어벽은근 좋다. 삶의 속도가 느려지면 보이는  많아진다. 보이지 않는 것에 치중한다.


각자 주어진 삶에서 '과속 방지턱'이 '과속 방치턱'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나저나 먹는 거에 약한 인간인데 과속방지턱으로 가늘고 길게 회사를 다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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