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속까지 자기소개
채소로 몸 속 숲체험,
근육으로 맛집 여행하는 사람입니다
바람에 등 떠밀리기보다는
햇살에 안기는 걸 좋아합니다
마스크나 블루투스보다는
숨통 트이는 뻥뚫림을 좋아합니다
발라드나 댄스 곡보다는
리듬 타는 모든 곡을 좋아합니다
비는 보는 걸 좋아하고
운동은 하는 걸 좋아합니다
비비거나 섞어 먹기보다
하나를 온전히 느끼길 좋아합니다
휙휙 지나가는 것보다
머무르는 걸 좋아합니다
설탕, 고추장보다
소금, 후추를 좋아합니다
붉은살보다 흰살 단백질을 좋아합니다
콩과 두부는 그 자체로 사랑입니다
물건을 가지고 노는 것보다
언어를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합니다
향수방울을 가하기보다
땀방울이 스미는 걸 좋아합니다
진한 커피향보다
진한 후추향을 좋아합니다
도움을 구하고 받을 때보다
도움을 주는 게 덜 어색합니다
한 발로 서지 못할 땐 외로웠고
한 발로 서게 되니 '함께'를 느낍니다
다수가 변하고 다수가 몰라 주어도
단 '한 사람'이면 그 뿐입니다
입 밖으로 '남'을 뱉는 소리보다
입 안 음식 씹는 소리를 좋아합니다
착한 사람보다는
센스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합니다
자기 밥 덜어주는 사람보다
내 시간 덜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합니다
외모가 화려한 사람보다
미소가 많은 사람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 저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누가 물어봤냐, 하면 할 말 없지만
그런 당신도 궁금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