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풍경이나 몸속 풍경이나
1.
어젠 비가 쏟아지기 전에 걸었다. 버스로 치면 네다섯 정거장이다. 하루 두 시간이상 걸으라는 처방은 잘도 지킨다(몽롱함, 알딸딸을 조장하는 신경병증성 진통제를 처방한 의사 말은 안 지키면서). 1시간 걸으니 몸에서 보슬비가 내렸다. 구슬땀으로 시원하게 샤워했다.
2.
엄마의 낙은 목욕탕이다. 여행지보다 설레는 곳이 대중목욕탕이다. 피부가 워낙 건조한데 나이듦이 더 부추긴다. 하얗게 일어나는 꼴을 못 본다(손톱 긴 걸 못 참는 나처럼). 대중목욕탕은 정례행사다. 몰래 갔더라도 거실 창가를 보면 다 안다. 일광욕 하는 이태리타월로.
3.
거실에서 잠을 잔다. 잠들기 직전 블라인드를 내린다. 야경을 눈에 한껏 담아 눈을 감는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는 일은 블라인드를 올리는 일이다. 거실 무대의 막을 올리며 깜짝 놀랐다. 나무들이 '목욕재계'하고 기다리는 통에. '허무'라는 감정 때도 씻겨 내려갔다.
'씻은 듯이 나았다'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