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시퀸 이지 Jul 08. 2024

회사가 먹이고 걸음이 살린다

날 먹여 살리는 세상에 감사

원주 본원에서 근무할 때 걸어서 5분 사택에 배정받은 걸 걸어서 30분 사택으로 옮겨달라 했었다. 걷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아파트관리비 절약되기 때문이다(8만원). 교통비마저 아까워 출퇴근 때마다 가방보다 무거운 다리를 택했다. 직원들 눈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는 팀장'으로 비쳤다. 그땐 걷는 것도 업무의 연장선이었다. 사지도 의무감이 조종하는 AI시대.


수원으로 출퇴근 하면서 전철이 모셔다 주는 통에 회사(집)와 역 사이만 걸었다. 걷기에 별도로 시간 내어줄 마음도 없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처럼 지루할까봐 첫 발을 내딛질 않았다. 그러다 괘씸죄에 걸린 양 '무조건 틈 나는대로 걷기'를 권고 받았다. 척추뼈가 이렇게 생겨먹은 이상 이제 걷기는 평생 동반자가 되었다. 현실 탈출구이자 미래 투자상품이다. 처음 걸을 땐 재미도 없는데 20-30분 지나면 고관절에서 신호까지 보내 무슨 미끼를 내걸까 싶었다.


1만보를 넘기고

2만보를 넘기고


"처음엔 아파도 참고 걸어야 한대요"

하며 건넨 직원의 스타벅스로 목도 축이고

   

하루 2만보 이상 걸음 일주일을 넘기고

급기야 걸어서 2시간 남짓 모란시장까지 걸었다.





점심은 회사에서 보내준 쿠폰으로 해결했다(고객만족 CS 설문조사 당첨 쿠폰).

샐러드를 먹고 차액은 적립



올 땐  다른 재리시장까지 들렀다. 동네인데 처음 이사 온 사람마냥 몇 차례 돌기도 했지만 많이 걸을 팔자라 그마저 고맙다. 저녁은 재래시장 식당에서 먹었다. 농부가 구슬땀 흘리고 먹는 한 끼처럼 택시기사가 기사식당에서 맞는 한 끼처럼 해녀가 된 것마냥 해산물 정식으로 푸짐하게도 먹었다. 이 또한 회사에서 받은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했다.


내가 머물던 곳을 떠나야 내가 보인다.

내가 머물던 곳을 떠나야 그곳이 보인다.

쉬는 와중에도 회사는 날 먹여 살렸다.


걷는 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일도 나와 맞지 않는 업무라 생각했다.


세상 단정 지을 일 하나 없다.

하다보면 잘 하고 잘 하면 재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세상이라 다행이다.


그래서 감사한 길,

어디로 안내할지 계속 걸어보자.



작가의 이전글 삶의 브레이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